"창당, 명분·실리서 밀린다" 판단…시민단체 설득·촉구는 부담
'비례 연합정당' 불가 방침 세웠지만…정의당 속내 '복잡'
진보·개혁진영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정치개혁연합'(가칭)의 추진 움직임을 놓고 정의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연합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규정하고 참여 불가 방침을 공식화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의 움직임에 바짝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심상정 대표는 3일 의원총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헌적인 위성정당의 배에는 몸을 실을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귀찮고 우습게 여기는 세력들에게 단호하지 않으면 민주정당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 기득권이 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진보개혁 승리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정의당의 '독자노선'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정당 참여에 선을 긋는 동시에 유권자의 자연스러운 '전략적 투표'로 민심이 의석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한 것이다.

실제 정의당은 내부적으로 연합정당 창당의 명분이 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는 다른 케이스라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동창업'이라는 형식 말고는 통합당 전례를 따를 수밖에 없고, '꼼수' '정치 희화화' 등의 지탄이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례대표 공천룰 협상부터 국민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진영 전체가 다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다양한 정당이 연합정당 안에 묶이게 되면 환경·노동 등 특정한 이슈에 대한 소신으로 표를 던지려던 각 유권자의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리 면에서도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는 판단도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되는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유권자의 '사표 우려 심리'와 '더불어민주당 이탈 표심'을 흡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민주당에 보내는 정당투표가 사표가 될지도 모른다는 일부 유권자의 표,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미래한국당을 찍지 않는 일부의 표 등이 정의당으로 흡수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도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연합정당에 편입되게 되면 협상에 의해 배분되는 몫으로 '기대 의석수'가 고정될 수밖에 없다.

'비례 연합정당' 불가 방침 세웠지만…정의당 속내 '복잡'
이런 가운데, 정의당은 민주당의 이른바 '최재성 안'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재성 의원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단 한 명의 비례대표 후보도 내지 말아야 한다.

위성정당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당은 비례대표 무공천으로 함께, 그리고 크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연합정당이 아닌 '비례대표 무공천'으로 방향을 선회할시 '국민이 감동할 수 있다'고 정의당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연합정당을 추진하는 시민단체가 정의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은 부담일 수 있다.

정치개혁연합 창당추진위원회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의당과) 계속 소통하고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연합정당으로)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적인 소수 정당이 원내에 들어가면 전체 진보정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정의당과 최선을 다해 소통하고 설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의당이 현재 비례대표 후보 경선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할 때 연합정당 불가론은 당분간 고수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오는 4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마치고, 현장 투표(3월 5일), 자동응답(ARS) 투표 및 개표(3월 6일)를 거쳐 7일 전국위원회 인준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