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 결속 강화, 대외 시위·지원 요구 성격
코로나19 관련 급박한 상황 반증
‘하노이 회담’ 결렬 1주년 대미 비난 메시지로도 풀이
조선신보 “북한, 앞으로도 군사력 강화”
북한이 2일 강원 원산 인근에서 미상 발사체 2발을 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일 강원 원산 인근에서 미상 발사체 2발을 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일 오후 강원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월부터 자체적 ‘밀봉 모드’에 들어간 북한이 갑작스럽게 도발한 이유로는 1차적으로 내부 단속이 꼽힌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미·북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해 한국과 미국에 불만을 표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급박한 상황 반증

북한은 지난 1월 말 코로나19 관련 국가비상방역체계 전환을 선언한 후 외부와의 접촉을 원천 차단했다. 유엔과 미국 등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란 거대 돌발변수까지 터지면서 북한 당국으로선 ‘주민 다독이기’가 최우선이란 게 군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군 당국은 발사체 제원에 대해선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 현장을 직접 참관했을 가능성은 높다고 관측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의도에 대해 “코로나19 확산과 (남·북·미) 협상 교착상태에서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한편 경제적 어려움 속에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건재도 과시하는 성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 내 상황이 심상치 않단 사실은 이미 관영매체들을 통해 알려졌다. 노동신문은 지난 1일 ‘비루스(바이러스) 전염병을 막기 위한 선전과 방역사업 강도높이 전개’란 제목의 기사에서 평안남도에 2420여명, 강원도에 1500여명 등 총 3900여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격리자는 7000명 가까이에 이른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김정은도 지난달 말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국가적 비상방역에 관한 법을 수정·보완해 국가 위기관리 규정을 재정비하는 게 시급한 과업”이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동부지역 방어부대의 합동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29일 조선중앙통신에서 보고 있다. 김정은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망원경으로 훈련 현장을 보며 전화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동부지역 방어부대의 합동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29일 조선중앙통신에서 보고 있다. 김정은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망원경으로 훈련 현장을 보며 전화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에 존재감 과시

북한이 발사체 도발을 통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어수선한 상황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2월 미국과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지 1년이 됐고, 당초 오는 9일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훈련을 코앞에 둔 날이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기 연기됐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혼란을 관리해야 하는 난국 속에서 북한에 신경쓸 겨를도 사실상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알렉스 웡, 마크 램버트 등 대북업무 핵심 인사들을 잇따라 전보시켰다.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북한 문제에만 매달리기엔 어렵게 됐다. 북한으로선 단거리 발사체 발사 도발로 대남·대미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나아가 코로나19와 관련한 간접적인 지원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오늘의 조·미(북·미)대결은 자력갱생과 제재의 대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북한)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앞으로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미 교착의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이라며 “미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고 강변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이 이번 도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제사회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전에 북한 내부의 여론을 다잡고, 지난해 12월 전원회의에서 공포한 억제력을 시현해 김정은의 체제 수호 능력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절대 자신들이 먼저 뭔가 달라고 하지 않는다”며 “저강도 도발을 통해 한국과 유엔에 코로나19 관련 물적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2일 북한의 발사체 도발과 관련해 긴급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국가지도통신망을 통해 화상으로 진행됐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회의 종료 후 북한이 계속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3·1절 기념사에서 “북한과 보건분야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언급한 바로 다음날 북한이 발사를 재개했단 점에서 현재 남북 관계를 냉철히 되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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