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 쓴 상태로 50여명 참석…참석자 간 좌석 간격 평소보다 크게
위기극복 강조한 역대 대통령 연설 상영…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빠져
코로나19 탓 '최소화'한 3·1절 기념식…기념사 박수도 한차례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도 미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1일 서울 배화여고에서 개최된 기념식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감안해 규모를 최소화해 치러졌다.

1920년 3월 1일 만세운동 1주년을 맞아 만세운동이 벌어진 장소라는 상징성이 있는 곳에서 열렸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어두운 분위기를 떨쳐내지는 못했다.

이날 기념식은 지난해 3·1절 100주년을 맞아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화문 광장에서 성대하게 열린 기념식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작년 3·1절 기념식과 광복절 기념식 당시 한복을 차려입었던 문 대통령은 짙은색 정장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기념식에 참석한 인원은 총 50여 명에 불과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응 주무 부처 장관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참했다.

코로나19 탓 '최소화'한 3·1절 기념식…기념사 박수도 한차례뿐
감염 우려를 의식한 듯 참석자들 사이의 거리는 평소보다 더 멀게 배치됐다.

참석자들은 기념식 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행사에 대비해 방역대책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기념식을 준비하거나 참석하는 사람 모두 발열 여부와 의심 증상 유무를 확인했고, 행사 전후로는 방역관 관리 아래 소독을 했다.

또 의심 증상자 발생에 대비해 격리공간과 수송책도 마련했다.

행사는 배우 김향기 씨와 MBC 김정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이 4절까지 애국가를 제창한 가운데 애국가와 함께 상영된 영상에는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현장과 중국 우한에서 귀국해 격리시설에 머무르던 교민 어린이가 쓴 감사편지 등이 담겨 있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은 예년과 달리 조정래 작가가 101주년을 맞이한 3·1절의 의미를 담아 탈고한 묵념사를 직접 낭독하는 형식이었다.

'전 세계에 알리는 독립선언서'라는 주제로 진행된 독립선언서 낭독도 기존의 기념식과는 달랐다.

코로나19 탓 '최소화'한 3·1절 기념식…기념사 박수도 한차례뿐
김원웅 광복회장과 영화 '기생충' 번역가인 달시 파켓,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귀화 경찰관인 조계화 경장,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후손인 최 일리야, 국립국어원 수어사전 편찬작업에 참여하는 이현화 주무관, 모델 한현민 등 언어마다 의미 있는 출연자들이 낭독을 맡았다.

독립선언서 낭독이 끝나고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이어졌다.

기념사는 상당 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의 의지를 다지는 내용이 차지했다.

문 대통령은 다소 무겁고 어두운 표정으로 기념사를 읽어 내려갔다.

취임 후 3·1절, 광복절 기념사에서 20차례 내외의 박수가 터졌던 반면, 이날 기념사 도중에는 "고통을 나누고 희망을 키워주신 모든 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대목에서 단 한 차례의 박수만 나왔다.

문 대통령은 "1951년 한국전쟁 참화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덮친 1998년에도, 지난 100년간 우리는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3·1독립운동을 기념하며 단결의 '큰 힘'을 되새겼다"고도 말했다.

코로나19 탓 '최소화'한 3·1절 기념식…기념사 박수도 한차례뿐
이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고자 정부가 다중의 외부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기념식을 강행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 후에는 국난 극복의 의지를 다졌던 역대 대통령들의 메시지가 영상으로 소개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상영된 가운데 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상은 없었다.

만세삼창은 배화여고 건물 벽면에 재현된 김구 선생과 유관순 열사, 홍범도 장군의 선창으로 이뤄졌다.

청와대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주목받은 '실사형 디지털 아바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 등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만세삼창을 외치면서 50분간 진행된 행사가 종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