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보, 5천자 걸쳐 소개하며 월북 후 역사소설가 면모 부각
김일성·김정일과 인연 상술…봉준호 언급은 없어
북한 매체, '봉준호 외조부' 박태원 작가 조명…"비상한 정열"

북한 매체가 '기생충'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인 박태원(1909∼1986) 작가를 대대적으로 조명했다.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공화국의 품에 안겨 장편소설 갑오농민전쟁을 쓴 재능있는 작가'라는 제목의 지난달 29일자 기사에서 박태원의 삶과 문학을 시간순으로 소개했다.

박태원은 남한에서 대표작으로 꼽히는 '구보씨의 하루'(1934)를 비롯해 "높은 예술적 기교를 보여주는" 여러 작품을 발표했지만, 번민 끝에 역사 소설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홍명희가 1928년부터 연재한 장편 역사소설 '임꺽정'이 그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신문은 약 5천 자에 달하는 기사의 상당 부분을 박태원의 월북 후 집필 활동에 할애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서울에 있던 박태원은 북행길에 올랐고 종군작가로 인생의 새 출발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면서 "(박태원) 그 자신이 말한 바와 같이 해방 전과 남조선에서의 창작 생활은 '사회현실과 동떨어진 순수문학의 상아탑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 '봉준호 외조부' 박태원 작가 조명…"비상한 정열"

박태원이 부단한 자료 연구를 바탕으로 1965년 발표한 장편소설 '계명산천은 밝아오느냐'는 북한 독자들의 대단한 반향을 얻었다.

"비상한 정열"을 가진 작가는 급격한 실명 위기 속에서도 '갑오농민전쟁' 집필에 나섰고, 부인 권영희 씨에게 구술을 해 1977년 4월 1부를 완성했다.

권씨는 박태원이 월북 후 재혼한 여성이다.

신문은 박태원과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인연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였다.

'갑오농민전쟁'을 접한 김 주석은 "박태원 동무와 같이 역사소설을 쓰는 사람이 귀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1부가 출판되자 작가를 표창하고 선물을 보냈으며, 그의 70회 생일상을 보내는 한편 치료약도 전달했다.

작가는 1986년 봄 아내 도움을 받아 '갑오농민전쟁' 3부 원고를 완성했고, 그해 눈을 감았다.

그의 묘는 1998년 김정일 위원장 지시로 애국열사릉에 이장됐다.

신문은 봉 감독을 비롯한 박태원의 남쪽 가족이나 '기생충'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이 박태원을 다룬 경우는 적지 않지만, 대남 매체를 통해 새삼 조명한 것은 봉 감독이 최근 국제적으로 거둔 쾌거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21일 가십성 코너 '메아리'에서 봉 감독의 올해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 '봉준호 외조부' 박태원 작가 조명…"비상한 정열"

북한 매체, '봉준호 외조부' 박태원 작가 조명…"비상한 정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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