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방 언론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진핑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을 거론합니다.

신종 코로나의 창궐과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한 중국 정치체제가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이런 관심일 겁니다.

앞날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으니 더는 깊이 들어가진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날 중국이라는 당국가체제를 움직이는 공산당과 그 정점에 있는 시진핑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잠시 생각해볼까 합니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23일 상하이에서 창당했습니다.

코민테른의 지원 속에 소수의 급진적 지식인들이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의 한 사립학교 기숙사에서 창립대회를 가졌죠. 13명의 지식인 중에는 젊은 마오쩌둥(毛澤東)도 있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대륙을 침략한 제국주의, 특히 일제에 맞서 싸우면서도 국민당과의 국공 내전도 벌이면서 성장했습니다.

고난의 대장정 끝에 베이징 톈안먼광장에 선 마오쩌둥은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만방에 알립니다.

공화국의 목표는 당연히 공산(사회)주의 국가 건설입니다.

그 이후 시기를 구분할 때 혁명세대론이 등장합니다.

1세대인 마오쩌둥(毛澤東)부터 시작해 덩샤오핑(鄧小平 2세대)→장쩌민(江澤民 3세대)→후진타오(胡錦濤 4세대)→시진핑(習近平 5세대)으로 이어집니다.

덩샤오핑은 1987년 공산당 제13기 전국 대표대회(13차 당대회)에서 `3보(步) 발전목표'를 제시합니다.

중국 발음 대신 우리 음으로 표기하면 온포(溫飽)→소강(小康)→대동(大同)사회로 발전한다는 이론입니다.

소강(小康)과 대동(大同)은 얘기(禮記) '예운'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유교와 사회주의의 결합, 다시 말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확 느껴집니다.

중국은 1인당 GDP가 1천달러를 돌파한 2000년쯤을 온포사회를 달성한 시점으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소강사회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달성하겠다고 합니다.

중국 공산당은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를 열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통치 철학으로 제시합니다.

'새로운 중국'을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인데 이름하여 '중국의 꿈(中國夢)'을 내세운 겁니다.

시진핑은 전면적 소강사회를 실현한 이후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의 실현, 그리고 마침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을 즈음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2018년 3월 헌법을 바꿔 '주석은 3회 연임할 수 없다'는 조항도 삭제했습니다.

'시황제'의 등극을 의미합니다.

시진핑 이전 중국 공산당 내에서는 상하이방(上海幇)과 단파(團派:공청단 출신 인맥), 그리고 태자당 등의 세력들이 서로 견제하며 세력균형(집단지도체제)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혁명 목표를 위해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인들은 1840년과 1856년에 벌어진 1,2차 아편전쟁을 뼈저리게 기억합니다.

수천 년간 동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했던 중국이 아편전쟁의 패배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며, 서구 제국주의의 먹잇감이 됐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중국전략센터' 소장, 마이클 필스버리는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중국 전문가입니다.

리처드 닉슨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외교 전략을 자문했던 인물입니다.

그가 쓴 '100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Marathon)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슈퍼파워로 등장하려는 중국의 비밀전략(China's secret strategy to replace America as the global Superpower)'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국내에도 2016년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필스버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가 중국을 잘못 알았다". 사회주의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켜주고 자유무역체제에 편입시켜주면 중국이 자유 세계의 일원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뒤늦은 반성입니다.

필스버리는 아편전쟁의 수모로부터 100년이 되는 1949년에 태어난 중화인민공화국이 '100년의 마라톤'을 뛰고 있다고 했습니다.

100년의 종착점인 2049년 중국이 과연 미국을 꺾고 세계의 패자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중국은 결코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의견이 더 지배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최강 미국에 맞서는 중국 공산당 스스로 '현대 사회주의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 시점을 2049년에 맞춘 것은 필스버리의 시간표와 교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 고대 중국 춘추시대부터 회자해온 말입니다.

원수(怨讐)를 갚으려고 온갖 수모와 고통을 참고 견딘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대륙에서 만난 중국인들과 속 깊은 얘기를 하다 보면 "이제 중국은 아편전쟁 당시의 중국이 아니다"는 말을 거침없이 합니다.

아편전쟁에서부터 대동사회로 들어가기까지, '두 번의 100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오늘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이 흔들릴까요.

서방 언론들은 시진핑 위기론을 한껏 부각할 겁니다.

하지만 9천만명에 달하는 공산당원들이 촘촘히 엮여 중국 대륙을 버티고 있는 한 체제의 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한표 던집니다.

2049년까지 시 주석이 중국을 이끌지는 않겠죠. 하지만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 목표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시진핑을 잇는 '혁명 6세대'를 중국에서는 '류링허우(六零後) 세대'라 부릅니다.

1960년 이후 출생한 정계의 신진 지도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시황제가 흔들리면 그의 후계자가 나서 '리황제'나 '후황제'로 역할 하면서 중국의 꿈을 향해 내달릴 것입니다.

코로나로 정신없는 마당에 복잡한 얘기로 독자들의 머리를 더욱더 아프게 했습니다.

분단도 극복하지 못한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은 과연 지금 소강사회에 살고 있나요, 그리고 대동사회를 꿈꾸고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100년의 마라톤'을 하고 있습니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