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 대표와의 대화’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야 정당 대표와의 대화’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구제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뜻을 모았다. 야당 대표들은 국회와 정부가 초당적으로 총력 대응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초동 대응 부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가 총력전’ 합의문 도출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황교안 미래통합당·유성엽 민생당·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4당 대표와 만나 “국가적인 대응을 위한 국회의 협력이 첫발을 잘 뗀 만큼 협력의 강도와 속도를 높여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이 국회에서 열린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엄중하다는 판단 아래 직접 정당 대표들을 만나 초당적인 협력을 구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뒷받침하기 위해 긴급 추경을 편성해 최대한 빨리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야당 대표로서 추경을 먼저 제안한 사례를 언급하며 “핵심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조속히 추경을 통과시켜 재난 극복을 위한 예산을 뒷받침하는 일에 여야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수습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과감하고 신속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회의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추경은 감염병 대응 및 민생 피해 직접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박능후·강경화 경질 “종식 후 복기”

통합당 등 야당 대표들은 추경 편성에는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가장 큰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초동 대처 실패에 있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범여권으로 불리는 정의당마저 여당의 안일한 ‘말실수’를 질타했다.

황 대표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관련해 “(처음에는) 중국에서 시작된 감염병 확산 사태였지만 점차 인재(人災) 성격을 띠게 됐다”며 “위기의 배경에는 정부 대응 실패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앞에 깊이 사죄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유 공동대표 역시 “안전불감증에 빠진 정부의 안일한 판단과 대처가 사태를 이렇게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과 정부 관계자의 발언 논란 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황 대표는 “코로나19 피해자인 국민을 갑자기 가해자로 둔갑시켜 책임을 씌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세계 주요 국가의 부당한 격리 조치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심 대표도 “최근 정부 여당의 연이은 말실수가 정쟁거리가 되고 있다”며 “비상한 각오로 이런 말실수가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부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장관 경질 등 황 대표의 요구에 “상황 종식 후 복기해 보자”고 답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 놓고 격론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두고는 각 당이 의견 차를 보였다. 황 대표는 “우리 당은 물론 국민과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며 “시중의 말처럼 시진핑 주석 방한 때문에 중국발(發) 입국 금지를 못한다고 믿고 싶지 않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지금은 중국 봉쇄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 신천지발 감염 확산을 조속히 봉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중국인 입국자 자체가 하루 1000명으로 급락해 (입국 금지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서 요구한 총선 연기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진정 시기를 가늠하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문 대통령이 답했다고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회동은 오후 4시40분까지 100분간 이어졌다.

김형호/박재원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