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도 추경에 협조한다는데…대통령 긴급명령 띄우는 민주당
“추가경정예산(추경)의 국회 통과가 지체되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라도 발동해 대응해야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당·정·청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비상상황에는 이전과 다른 비상 각오로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회 상황으로 봐서는 추경이 언제 통과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날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다음달 17일까지 예정된 임시국회 내 추경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고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목표만 있을 뿐 재정을 어디에 쓸지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 명령을 거론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추경 편성안을 만들고 있다.

위헌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7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천재지변이나 중대한 경제상 위기 때 국가 안전보장 등을 위해 긴급 재정·경제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국회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다. 전날 방역을 위해 폐쇄된 국회 건물은 26일 정상운영되는 데다 임시국회는 열려 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21일 국회 업무보고 후 긴급재정경제명령권 검토 발언을 번복한 것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래통합당 등 야당 역시 추경 편성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정부가 추경안을 마련하면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발언은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회 고유의 예산 편성 권한(제54조)을 스스로 저버린다는 지적도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헌법상 비상조치는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에서 정상 절차를 밟아 추경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긴급 명령을 언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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