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주자, 표심 분산돼 샌더스 벽 넘기 쉽지 않아"
서로 하차 요구하며 전당대회 2차투표서 역전 등 대비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 경쟁에서 진보 성향이자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경선전 초반 멀찍이 앞서 나가자 중도 주자들이 초긴장 속에 깊은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샌더스 의원의 이념과 정책 노선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에서 필패라는 공포감이 만연하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방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 민주, 샌더스 독주에 중도파 '패닉'…뒤집기 전략 고심

샌더스는 1~2차 경선에서 중도 성향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간발의 차로 1승씩 주고받았지만 지난 22일 네바다 경선에서 40%대 후반의 득표율로 압승하며 독주하는 주자로 떠오른 양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네바다 경선에서 96% 개표 기준 샌더스가 46.8%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20.4%), 부티지지 전 시장(13.9%)이 뒤를 이었다.

특히 샌더스는 네바다 경선 때 히스패닉에서 압승하고 흑인층에서도 상당한 득표를 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샌더스 지지가 단지 '진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중도파로도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또 샌더스는 전체 대의원의 3분의 1가량이 걸린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 경선도 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 이 추세라면 샌더스가 오는 7월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출한다.

이런 상황은 무엇보다 진보 성향 주자인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의 표심이 샌더스로 압축된 반면 중도 표심은 분열돼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을 비롯해 바이든 전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 의원 등 중도 주자들은 누구도 독보적 지지를 얻지 못한 채 표심의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부티지지가 1~2차 경선에서 이변을 연출하며 중도 대표 주자로 부상하는 듯했지만 낮은 유색인종 지지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3차 경선에서는 바이든에게 밀렸다.

그러나 바이든 역시 1차 경선 4위, 2차 5위 등 처참한 성적을 내며 당초 '대세론' 주자의 명성에 큰 타격을 받았고, 그 사이 블룸버그 전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치고 올라오며 중도 주자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민주, 샌더스 독주에 중도파 '패닉'…뒤집기 전략 고심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4일(현지시간) "샌더스가 민주당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샌더스가 네바다에서 압도적 승리로 날아오를 때 중도파 민주당원들은 공포감에 질려 이를 지켜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도 주자들은 서로 자신에게 지지를 몰아줘야 한다며 대안 마련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바이든을 지원하는 외곽 지원단체들은 블룸버그가 소수인종을 소외시킨 과거 정책을 극복할 수 없고, 블룸버그가 경선을 계속한다면 샌더스가 슈퍼화요일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하며 바이든을 중심으로 뭉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총무이자 의회 내 흑인 중 최고위 인사인 짐 클라이번 하원 의원이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사흘 앞둔 오는 26일 바이든 지지를 선언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흑인 지지율이 높은 바이든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승리를 통해 중도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캠프의 경우 고위급 인사들이 최근 수주간 바이든, 부티지지 측 인사들과 접촉해 7월 전당대회 때 2차 투표에서 블룸버그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샌더스가 전당대회 1차 투표 때 대의원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하면 2차 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때 중도 주자들이 확보한 대의원들이 자신을 지지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다른 주자들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역시 각 캠프가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후보 지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짝짓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민주, 샌더스 독주에 중도파 '패닉'…뒤집기 전략 고심

그러나 중도 주자들의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샌더스가 최다 득표를 하고도 과반 미달로 중도 주자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는 셈이어서 샌더스 지지층의 반발 등 상당한 분열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샌더스는 이런 셈법을 의식한 듯 지난 19일 TV토론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한 주자가 후보로 지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당이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해 대조를 보였다.

민주당 전략가인 크리스 리펜콧은 폴리티코에 중도 주자들이 자신만 제외한 나머지가 중도 하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우스캐롤라이나 결과가 약간의 명확성을 제공하겠지만 이것(중도하차)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중도 주자들은 양동이 안에서 서로 끌어내리는 꽃게에 불과할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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