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단숨에 21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 하루 하락폭이 1년4개월 만에 가장 클 정도였다. 외국인 엑소더스가 나타나면서 위기장에서 방어력을 뽐내야 할 통신·에너지·소비재 등 경기방어주마저 크게 밀린 영향이다. 코로나 공포가 시장을 억누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낙폭이 큰 경기방어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 회복기에 접어들면 낙폭이 큰 경기방어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먼저 부각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무색해진 경기방어주코스피지수는 24일 83.80포인트(3.87%) 내린 2079.04로 마감해 두 달 반 만에 2100선 아래로 밀렸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렬하던 2018년 10월 11일(-4.4%) 후 1년4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8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해 낙폭을 키웠다.경기방어주마저 크게 흔들렸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삼천리 등 4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유틸리티 지수는 23.69포인트(2.45%) 하락한 944.07에 거래를 마쳤다. 이 지수는 올 들어서 9.70% 떨어지며 코스피지수(-5.40%)보다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KT&G가 포함된 KRX필수소비재 지수도 8.27% 떨어지며 방어주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SK텔레콤과 KT도 올해 각각 -8.61%, -10.74%의 낙폭을 나타내며 부진했다. 이들 종목 대부분은 1년 최저가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전통적인 경기방어주들이 무너진 까닭은 코로나19 사태로 내수 경기가 크게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정보기술(IT)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수급이 몰리는 흐름이 계속되는 점도 경기방어주를 외면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IT 등 성장주들이 연초 상승장을 이끌 때 소외됐던 경기방어주들이 코로나19 악재가 터지면서 한 단계 더 떨어진 것”이라며 “무엇보다 하방을 지지하던 투자심리가 무너진 게 과도한 낙폭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저가 매수 매력은 커져올 들어 유독 낙폭이 컸던 경기방어주에 대한 저가 매수를 노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만큼 주식시장이 회복기에 들어서면 주가 급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2배로 3개월 전(16배)보다 급격히 낮아졌다. 역사적 저점에 닿았다는 평가다.같은 기간 한국가스공사의 12개월 선행 PER도 6배에서 5배로 낮아졌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스 판매량, 국제 유가 등 한국가스공사의 실적 변수들은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5% 이상의 배당수익률은 매력적”이라며 “극도의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강원랜드도 저가 매수 매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강원랜드의 12개월 선행 PER은 3개월 전 16배에서 13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강원랜드의 12개월 선행 PER이 2011년 이후 저점 수준”이라며 “시가배당률도 3.8%인 만큼 주가는 바닥”이라고 설명했다.5세대(5G) 이동통신 비용 투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는 통신주들도 성장성 기대가 여전하다. SK텔레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보다 10.4% 늘어난 1조2262억원이다. 3개월 전(1조3999억원)보다 12.40% 쪼그라들었지만 주가는 실적 전망치 하락분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KT&G도 박스권 하단으로 인식됐던 9만원대가 깨진 뒤 8만3000원대까지 밀린 상황이다. 박스권 매수 전략에 따라 저가 매수할 때라는 조언이 따르는 이유다. KT&G의 12개월 선행 PER은 10배 수준으로 글로벌 1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14배)와 비교해 크게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정국이 ‘코로나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정부에 재차 요구하는 등 당분간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미래통합당은 “중국인 입국 금지를 머뭇거리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슈퍼 전파자’”라며 대여(對與)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정치권 일각에선 4·15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해찬 “모든 수단 동원해 코로나 대응”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데 대해 “집권당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당정은 이번주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코로나19 확산의 고삐를 잡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빨리 추경을 집행하고 민간 방역 체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추경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백약이 무효”라며 정부의 발 빠른 추경 편성을 촉구했다. 당·정·청은 전날 열린 고위 협의회에서 긴급 추경을 편성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특위 위원장은 이날 특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특위를 중심으로 정부와 협력해 코로나19 사태를 조속히 진정시키는 데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국무총리 시절) 강원도 산불, 태풍 ‘미탁’ 등 자연재해에 안정적으로 대처한 경험이 있다”며 “그런 ‘안전 총리’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를 모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 위원장은 ‘정부가 추경 편성에 동의했냐’는 물음에 “그렇다”면서도 “추경 편성 일정표를 공개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앞으로 1∼2주를 중요 기간으로 보고 있다”며 “비상한 각오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황교안 “재정 투입 협조하겠다”통합당은 이날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며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 갔다. 통합당은 다만 코로나19 대응용 추경 편성에는 초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한 발, 두 발씩 늦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민에게 상처 주는 모습을 보이고, 총리는 하나 마나 한 브리핑을 하며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며 “아직도 위기 인식 수준이 현실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예비비와 추경을 가리지 않고 정부의 긴급 재정 투입에 협조할 방침”이라며 “민주당은 조금 더 긴밀하게 움직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코로나19 발생국인 중국 사람들은 자유롭게 한국을 드나드는데 한국인은 외국에서 입국이 거부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감염원에 입구를 열어 놓고 방역 대책을 해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꼬집었다.정병국 통합당 의원은 이날 이번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확진자 수용 시설과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을 정부가 징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코로나19 징발법’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불붙는 ‘총선 연기론’정치권에 ‘코로나 비상’이 걸리면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연일 나오고 있다.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이날 “요즘 선거운동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이번주 코로나19 사태 상황을 지켜본 뒤 총선 연기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196조는 ‘천재지변과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선거를 실시할 수 없을 때는 대통령 등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정치권에선 민주당과 통합당 등 양대 정당이 총선 연기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어 실제로 선거가 미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연기론에 대해 “지금까지 총선을 연기한 적도 없고, 입법·행정·사법부 중 입법부 부재 상태를 만들 수 없다”며 “총선은 예정대로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가와 아트페어 관객이 급감하는 등 문화계 피해가 커지고 있다.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22~23일) 동안 영화관을 찾은 전체 관객 수는 47만4979명이었다. 직전 주말(15~16일) 관객 수인 120만8858명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전날 6만9068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주말 이틀 동안 총 16만4405명을 불러모았다. 2위에 오른 ‘1917’은 같은 기간 12만5979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28만2788명을 기록했다. ‘정직한 후보’는 이 기간 10만2146명을 추가해 3위에 올랐다.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앞둔 영화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26일 개봉 예정이던 ‘사냥의 시간’은 개봉일을 연기하고 언론 시사회와 극장 무대인사 등 모든 행사와 상영 등 이벤트도 취소했다. 다음달 5일 개봉 예정이던 ‘결백’도 언론 배급 시사회와 일반 시사회, 배우 인터뷰 일정 등을 모두 취소했다. 디즈니코리아도 애니메이션 ‘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의 개봉을 3월에서 4월로 미뤘다. 언론 배급 시사회도 취소했다.서울 코엑스에서 지난 19~23일 열린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 화랑미술제는 닷새간 1만3000여 명의 방문 기록을 남기고 폐막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화랑협회는 이번 행사에 협회 소속 회원 화랑 110곳, 작가 530여 명이 다양한 작품 3000여 점을 출품해 역대 최대급 규모로 치렀지만 현장 방문객은 지난해(약 3만6000명)의 30~40%대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올해 행사의 미술품 거래액도 작년(약 30억원)에 비해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한 거래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협회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감안해 포털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행사장을 직접 찾지 않고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출품작을 감상하고 사도록 했다. 약 1만5000여 명이 온라인으로 미술제를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지난 7일 행사를 전격 취소한 아트바젤 홍콩은 다음달 18~25일 ‘온라인 뷰잉룸’을 아트바젤 공식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진행한다. 전시 참여 예정 갤러리들이 원래 출품하려던 작품을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는 서비스다.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