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TK 공천 쇄신'에 정치권 촉각

TK 현역의원 5명째 불출마
간판급 전략 배치 성공할까
< 김중로, 통합당 합류 >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김중로 의원(가운데)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분홍색 점퍼를 입고 황교안 통합당 대표(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 김중로, 통합당 합류 >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김중로 의원(가운데)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분홍색 점퍼를 입고 황교안 통합당 대표(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4·15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연이어 선언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50% 이상 물갈이’를 공개적으로 외치며 TK 의원들을 압박해온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중량감 있는 당대표급 인사들의 전략 배치도 본격 논의되면서 통합당의 ‘공천 쇄신’이 성공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TK에 ‘불출마 바람’

통합당 김광림 의원(3선·경북 안동)과 최교일 의원(초선·경북 영주·문경·예천)은 20일 총선 불출마를 밝혔다.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깨끗한 마음으로 정치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 역시 “현 정권의 일방 독재와 여당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종섭, 유승민, 장석춘 의원에 이어 통합당 TK 현역 20명 중 5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구 달서병 출마를 준비해온 강효상 의원(비례대표)도 이날 대구 대신 서울 강북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강 의원은 “나라가 망국의 길로 접어드는 데 당 지지세가 높은 대구에 출마해 개인이 승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대구에 마련한 기반을 내려놓고 서울 강북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내외 압박에도 요지부동이던 TK 의원들이 불출마와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당 공관위 칼날이 예상보다 매섭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TK 지역 예비후보자 공천 면접을 앞두고 TK 지역 일부 다선 의원에게 불출마 권유 전화를 돌리며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한국당 의원은 “10명 안팎의 TK 의원이 김 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다”며 “여론조사 결과 등 수치를 제시하면서 명예로운 퇴진을 권유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공관위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예정돼있던 대구 지역 후보자의 면접을 무기한 연기했다. 명분은 대구 지역의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들었지만 사실상 의원들에게 ‘용퇴’ 또는 ‘험지 출마’를 결심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강-낙동강 벨트’ 형성되나

당대표급 중진들의 출마 지역 결정도 임박했다. 이날 통합당 공관위는 서울 종로 출마를 밝힌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공천 면접을 했다. 황 대표는 이날 면접 후 “문재인 정권과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로 종로에 출마했다고 말씀드렸다”며 “총선에서 국민들이 놀랄 정도로 이겨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총선 후 (통합당이) 제1당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총선 승리 의지를 밝혔다.

당초 공관위는 황 대표를 최선봉에 세우고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 등 중량급 인사를 수도권 주요 지역에 공천해 이른바 ‘한강 벨트’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영남 출마를 고수하면서 ‘낙동강 벨트’ 전략을 다시 구상하고 있다.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준비하다가 김 위원장과 만남 뒤 경남 양산을로 지역구를 바꾸겠다고 밝힌 홍 전 대표는 이날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이미 밀양(고향)에서 컷오프(공천배제)당했다. 양산에서 당하면 두 번째”라며 “컷오프를 두 번 당하면 정계 은퇴나 무소속 출마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 역시 면접 후 “현 지역구(경남 산천·함양·거창·합천) 출마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말씀드렸다”며 “험지 출마를 안 하면 당과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는 논리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고향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쇄신 공천 성공할까

공관위가 통합당 공천의 핵심으로 꼽히는 TK 공천과 당대표급 전략 배치를 어떻게 ‘교통정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과정에서 공개적인 반발이 나오면 쇄신 공천 의미가 크게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의 아주 작은 잡음도 큰 소음으로 울릴 수 있는 엄중한 시기”라며 “총선 압승이란 최종 목표 앞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갈이 비율을 높일수록 어느 정도의 ‘잡음’이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한 PK 지역 의원은 “공관위가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PK 현역 중 절반 이상이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대체 누굴 내세워 선거를 치르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TK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대구 지역 의원 사이에서 새로운 세력을 규합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