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 개명 어려운 탓…"지역구 당의 결정 따르겠다"
공천지로는 강남갑·강서을 거론
태영호, 가명 '태구민'으로 출마…"북한 주민 구하겠다는 의미"
자유한국당 지역구 후보로 오는 4·15 총선에 나서는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16일 가명인 '태구민'으로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가명 사용은) 지난 몇 년간 신변안전에 큰 도움이 됐지만 선거법에 의해 주민등록상의 이름을 공개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16년 12월 주민등록을 취득할 당시 북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명과 실제와는 다른 생년월일을 썼고, 총선을 계기로 원래 이름과 생년월일을 되찾기 위해 개명 신청을 했으나 개명에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가명으로 선거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태 전 공사는 '태구민'이라는 이름에 대해 "한자는 '구원할 구(救)'에 '백성 민(民)'을 써 북한의 형제 자매들을 구원해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북한 안팎의 북한 주민들이 저의 활동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저를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신변안전 우려에 대해서는 "안전 보장에 어려움이 증가해도 정부를 믿고 새로운 도전에 당당히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 태영호는 개인 태영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 가치를 알리는 태영호이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태영호가 될 것"이라며 "저의 도전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우리 공동체의 성장과 번영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총선이 있는 4월 15일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김일성 생일에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은 자유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영호, 가명 '태구민'으로 출마…"북한 주민 구하겠다는 의미"
비례대표 후보가 아닌 '수도권 전략공천' 대상인 태 전 공사는 "지역구가 결정되기 전에는 평화, 남북교류와 협력, 인권, 북핵 등의 문제에 집중하고 지역구가 결정된 뒤에는 해당 지역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당 안팎에선 태 전 공사의 출마지로 서울 강남갑과 강서을이 거론된다.

강남갑은 현역인 이종구 의원이 '험지 출마'를 선언해 비어있고, 강서을에는 탈북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태 전 공사 공천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구 선정과 관련해서는 "당의 평범한 당원으로서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밝혔다.

지역 현안이나 사정에 어두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분명히 부족한 점이 많이 있겠지만 한국당 조직이나 선출직 등의 도움을 받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구민이 저를 선택해주시면 대한민국 국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국회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지금의 평화는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히 유지하는 '정의롭지 못한 평화' 상태"라며 "우리가 주동적으로 지켜나가는 '정의로운 평화'로 바꾸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북한에 선의를 보이고 정성을 다하면 핵도 포기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결단코 비핵화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위협을 더욱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도 "비핵화에서 아무런 진전도 없는데 개성공단 재개 하자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