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지난해 신라젠 서울 여의도 사무실과 부산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지난해 신라젠 서울 여의도 사무실과 부산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년 전 신라젠 사건이 정치권에서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신라젠 사건에 유력 여권 정치인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법무부까지 신라젠 사건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면서 관련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신라젠 사건 공소장 공개를 거부한 법무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신라젠 사건은 이미 재판이 끝나 5년이 지났다. 그래서 제가 법무부에 신라젠 사건 공소장 제출을 요구했는데 안 준다"며 "도대체 누굴 보호하려고 주지 않는 것이냐"고 했다.

하 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 인권을 위해 재판 전 공소장 제출은 안 된다고 했는데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신라젠 건에 친문 사람들이 연루돼있다고 해서 근거 없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는데, 추 장관이 5년이 지난 공소장까지 제출하지 않는 걸 보고 확실히 뭐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이면 친문이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건은 재판이 끝나도 공소장을 안 주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앞선 5일 해당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겨냥해 "유시민 건도 슬슬 수면 위로 올라오나?"라고 언급했다. 당시 페이스북(SNS)을 통해 '검찰, 신라젠 수사 재배당…유시민 등 여권 연루 의혹 진위 밝힐까'란 제목의 기사를 공유한 그는 "윤석열 검찰을 악마화한 이유가 실은 조국(전 법무부 장관)을 위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었다.

진 전 교수가 링크한 기사는 검찰이 신라젠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매각 의혹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에 재배당했다는 내용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2015년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개최된 신라젠의 펙사벡 기술설명회에서 축사하는 등 신라젠 주주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의 최대주주 이철 씨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출신이다.

유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라젠 연루설을 적극 부인했다. 유 이사장은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이었던 분이 요청해서 뜻 있는 행사라고 생각해, 거절하지 못하고 덕담하고 돌아온 게 전부"라며 "무슨 의혹인지 몰라도 그런 게 있으면 박근혜 정부 검찰이나 윤석열 사단이 나를 그냥 놔뒀겠느냐"고 했다.

한편 신라젠은 개발 중이던 면역항암제 '펙사백'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크게 올랐으나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이 중단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이로 인해 14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

당시 최대 주주 및 친인척이 급락 직전 거액의 지분을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신라젠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법무부의 직접 수사 축소를 담은 직제개편 뒤인 지난달 28일 해체됐다. 서울남부지검은 합수단 폐지에 따라 신라젠 사건을 금융조사 1부에 배당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라젠 수사팀 보강을 지시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반대 의견을 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라젠은 하 대표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하 대표가 언급한 사건은 신라젠 사건이 아닌 과거 신라젠 대주주였던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건"이라며 "현재 신라젠 경영진은 VIK와 전혀 관련이 없고 상장이전에 VIK와 관계가 단절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