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가대표·선수촌 운영·관리 실태' 감사보고서 공개
성폭력 피해·가해자 함께 경기 출전도…자격 미달자 대표팀 감독에
'솜방망이 징계'·'2차 피해' 여전한 체육계 비위…관리도 엉망

체육 지도자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거나 국정감사 철만 되면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스포츠계 비리가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나타났다.

정부의 관리·감독 시스템 부실로 성폭력 등 비리가 신고돼도 체육계가 '솜방망이' 징계를 하는 등 방치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경기에 출전하게 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대표 선수촌의 허술한 출입 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입촌 승인 없이 무단침입 하는 사례도 있었고, 남자 선수가 여성 선수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선수촌에 출입한 사례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18일부터 5월 30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 체육단체를 대상으로 '국가대표 및 선수촌 등 운영·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3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코치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등 체육계 성폭력·비위 사건이 잇따르자 문체부가 지난해 1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성폭력 사건과 관련이 많은 선수촌과 국가대표 관리의 적정성과 함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문체부의 지도·감독의 적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 비위행위 조사 부실…가해자·피해자가 함께 경기 출전도
감사결과 성폭행 비위행위에 대한 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되고 이후 '2차 피해' 우려도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지난 2017년 6월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코치에 대한 언어폭력과 강제추행 신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피해자 3명과 목격자의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서도 가해자가 부인한다는 이유로 해당 사건을 직접처리 하지 않고 가맹단체인 장애인조정연맹에 추가 조사 후 처리하도록 이첩했다.

장애인조정연맹은 추가 조사 없이 해당 코치의 혐의 중 언어폭력 혐의만 인정해 같은 해 7월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될 경우 제명 처분이 내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가벼운 처분이었다.

이와 관련해 가해자인 이 코치는 피해자와 같은 팀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경기 기간 동안 피해자가 코치를 피해다녀야 하는 일도 발생했다.

대한체육회는 자격정지 기간 동안 체육회 내 모든 활동을 제한하지만, 장애인체육회는 자격정지 1년 이상의 경우에만 활동을 제한하고 있어 해당 코치가 선수 자격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피해자들은 장애인체육회와 장애인조정연맹에서 신고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자 결국 해당 코치를 직접 고소했고, 2018년 9월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 자격정지 인사가 초등 축구 감독으로…지도자 관리 부실
대한체육회의 관리 부실로 대한체육회 산하 10개 회원 종목 단체가 징계 처분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결격 사유가 있는 지도자 18명을 그대로 등록한 사례도 확인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7년 8월 폭력을 행사해 자격정지 1년 6개월에 지도자 등록 영구제한 처분을 받은 사람을 지난해 1월 한 초등학교 축구감독으로 등록해주기도 했다.

비위 사실에 대한 고발조치를 누락하거나 학교 운동부 지도자 비위사실도 체육단체에 제대로 통보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한체육회와 산하 회원종목단체 등이 접수한 비위사건 157건 중 31건의 경우 폭력과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이 필요한 데도 합당한 이유 없이 고발조치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기준에 미달하는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추천사례도 비일비재 했다.

대한골프협회 등 13개 단체는 공개채용 절차를 밟지 않거나, 거치도록 되어있는 경기력향상위원회 의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지도자를 뽑았고, 대한민국배구협회 등 7곳은 경력이 미달하는 지도자를 선발·추천했다.

또,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 신고된 체육단체 임원이나 지도자 비위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사후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2014∼2017년 접수한 비리 신고 중 10건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태권도협회 임원의 배임·횡령 신고 등 2건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고, 체육단체에 이첩한 전국씨름연합회 직원의 보조금 '카드깡' 지시 신고 등 8건의 사건이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고 있는데도 이를 그대로 내버려 뒀다.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또한 지난 2014년 4월 대한택견연맹 임원 비리 신고를 접수했고, 이후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로부터 혐의가 인정돼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는 통보를 받고서도 별다른 징계요구를 하지 않았다.

'솜방망이 징계'·'2차 피해' 여전한 체육계 비위…관리도 엉망

◇ 선수촌 출입 관리도 허술…보조금 빼돌리기도 여전
국가대표 선수촌 출입 시스템상 허점도 지적됐다.

감사결과 지난해 1월부터 보안카드 출입 시스템을 도입, 선수촌 출입자는 출입 리더기에 보안카드를 반드시 접촉해야하는데 입촌자 636명 중 191명이 보안카드 없이 입촌했다.

입촌 승인기간이 아니면 전 선수촌에 대한 출입 권한을 정지해야 하는데도 숙소 출입권한만 정지해 28명이 입촌승인 없이 42회에 걸쳐 선수촌을 드나들었다.

보안카드 도입 전 발급한 플라스틱 출입증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 의해 사용중지된 플라스틱 출입증 16개로 선수촌에 183회 출입하기도 했다.

아울러 선수촌 내 보안카드 무인발급기도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종목 등 간단한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반드시 본인이 아니어도 무인발급기를 통해 보안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2월 국가대표 쇼트트랙 김건우 선수가 여자 숙소에 무단으로 출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보조금을 빼돌려 다른 곳에 쓰거나,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인사를 지도자로 채용하는 등 운영상의 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었다.

대한카바디협회는 지난 2014년 12월 훈련용 숙소로 오피스텔 임차 계약을 하면서 이면계약을 통해 계약금액보다 실제 임대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2015년부터 3년간 2억4천200여만원을 돌려받아 운영비 등에 쓰는 등 보조금 7억800만원을 다른 곳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면서 외국인 코치와 선수에게 훈련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바이애슬론연맹의 한 직원은 한 외국인 코치 훈련수당 6천500만원을 가로채고 한 임원은 귀화선수와 외국인 코치 9명에 대해 3억1천100여만원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 말 뿐인 비리 근절 대책 발표…사후 관리 안돼
스포츠 비리 대책을 부실하게 수립하거나 발표 후 이행상황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성폭력 및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해놓고서도 여전히 징계 수위 감경사례가 이어졌다.

대한체육회의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의 징계처분 104건 중 33건이 징계 기준선 하한보다 낮았다.

대학교와 특수학교 운동부에서 인지된 지도자의 비위사실이 대한체육회에 통보되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해당 지도자에 체육회 차원의 징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초·중·고 학교 운동부 지도자의 경우 지도자 비위 사실을 해당 체육 단체에 통보하도록 되어있지만 이 제도 역시 '유명무실' 했다.

지난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초중고 운동부 지도자 비위(173건) 중 불과 12%(21건)만 통보됐고, 이 가운데 절반(10건) 가량에 대한 징계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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