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고위급 참모들에게 “11월 대선 전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정상회담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미국 CNN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두 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집중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흥미를 잃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까지 실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정통한 한 당국자는 “미·북 협상은 ‘죽었다’”는 표현까지 썼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선 북한이 재선 성공을 위한 결정적 이슈라고 믿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미·북 간 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못 내면서 대선 레이스에 도움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 안에서도 미·북 협상 재개로 얻을 이득보다 잠재적 위험이 더 큰 것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의회 국정연설에서도 북한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11일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과의 장기전을 언급하며 “장애와 난관을 성과적으로 뚫고 나가자면 과학기술이 등불이 돼 앞을 밝히고 발전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과학자, 기술자들은 정면돌파전의 개척로를 열어나가는 기수, 척후병이 되자’는 제목의 1면 사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동신문은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기정사실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오늘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 걸음 뒤떨어지면 내일에는 다른 모든 부문에서 열 걸음, 백 걸음 뒤떨어지게 되고 종당에는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 그리고 미래의 안전도 지켜낼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에너지 문제, 철강재 문제, 식량 문제’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절박하고 절실한 과학기술적 문제를 한 가지라도 풀기 위해 결사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방역을 강조하는 내용의 기사를 많이 실었다. 하지만 이번에 ‘정면돌파전’을 다시 내세우면서 정책 중심점을 미국과의 장기전 대비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정은의 공개 행보가 지난달 26일 이후 3주 가까이 나오지 않고, 우한 폐렴 관련 봉쇄 조치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