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지 국제학교서 6년째 교사로 근무…도서관·문화센터서도 교육
"마술같은 멋진 종이접기, 많은 프랑스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K-종이접기 전도사' 백진숙 교사 "종이접기 번역서 있었으면"

"K-종이접기를 세계적으로 적극 알리려면 다국어로 번역된 종이접기 서적이 있어야 합니다"
프랑스 파리의 한 국제학교에서 6년째 우리나라의 종이접기를 전파하는 백진숙(47) 교사는 "프랑스 서점에서는 K-종이접기에 입문할 수 있는 프랑스어 또는 영어 번역서가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종이접기 세계화'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펴낸 관련 번역서가 보급돼야 한다는 뜻이다.

백 교사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얼마 전 파리 샤틀레에 있는 아시아 책방에 들렀을 때 거기에는 다양한 한국 책과 한국 소설 번역본, 한국어 교재들이 꽂혀있었는데, 종이접기 관련 번역서적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2004년 남편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그는 한국에서 종이접기를 접했고, 파리에 온 후 독학으로 배워 현지 아이들을 지도했다.

최근 종이문화재단의 종이접기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2014년 자택 근처에 있는 한 국제학교의 유치원 보조 교사로 근무하면서 종이접기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종이를 접고, 자르고, 붙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놀았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수업이 많지 않아 학부모들이 이주 좋아했어요.

크리스마스나 학기 말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며 부모님들이 초콜릿 등의 선물도 보내줬는데요.

학부모들이 보조 교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교사들이 놀라워했죠"
그는 이 학교 교장 선생의 제안으로 점심시간 2시간 중 1시간을 할애받아 종이접기와 한글 기초 교육을 가르쳤다.

아이들에게 곰을 접으면서 한국동요 '곰 세마리'를 알려주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노래 가사를 먼저 알려주고 엄마 곰, 아빠 곰, 아기 곰을 만들어 큰 종이에 붙인 후 그 밑에 '엄마', '아빠', '아기'라는 단어를 쓰고 읽게 했다.

또 엄마와 아빠, 학생의 이름도 한국어로 적게 했다.

백 교사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엄마, 아빠, 아기와 가족 이름을 배우자 아이들이 즐거워했다"고 소개했다.

국제학교 수업 후 그는 파리에 있는 국공립학교에서 2년째 방과 후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공공도서관이나 유치원, 학교, 노인 요양병원 등으로부터 강의 요청도 받아 수시로 종이접기 수업을 하고 있다.

그가 종이접기를 전파하는 이유는 처음에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나이 들어 프랑스어를 배운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어서 우선 종이접기를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할 목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함께 만들고, 공감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그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종이접기를 하면 종이라는 소재로 무궁무진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아이도 어른도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아이템이죠. 종이접기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굉장한 친밀감을 형성시켜준다는 뜻입니다"
종이접기에 필요한 색종이와 문구류를 한국에서 공수한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직접 구입하기도 하고, 친구와 친척들이 보내주기도 한다.

그는 수업에서 '협동'을 강조한다고 했다.

한 아이가 못 접고 있으면 어떻게 하는지 알려준다.

그렇지만 대신 접어주지 않고 방법을 알려주도록 한다.

또 먼저 접었으면 옆 친구가 접을 때까지 기다리게 만든다.

모두 마무리됐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철칙이다.

백 교사는 학기마다 종이접기 배우기만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음악, 미술, 운동 등 골고루 접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하나만을 집중하는 것보다 다른 경험도 해보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래야 종이접기의 매력에 더 빠질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아이들과 마주치면 가방에서 새롭게 만든 종이접기 모델을 전해준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학부모 중에는 점심시간에 잠시 들러 '아이가 종이접기 수업을 아주 좋아한다'는 말을 건네는데, 그때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2년 전 프랑스 종이접기협회 회원이 된 그는 매주 목요일 오후 종이접기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생활 종이접기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프랑스인들에게 K-종이접기를 보여주고 접해볼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만 혼자서 활동을 하는 상황이라 힘에 부쳐요.

그렇지만 조금씩이라도 접하게 해줄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하고 싶어요.

마술 같은 멋진 수업을 그들에게 알려줄 겁니다"
그는 4월과 5월 현지 도서관과 문화센터의 요청으로 종이접기 시범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K-종이접기 홍보를 위한 인스타그램도 만들고, 지역 문화센터 프로그램 개설도 추진하고 있다.

'K-종이접기 전도사' 백진숙 교사 "종이접기 번역서 있었으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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