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CJ부회장 "봉준호의 모든 것 좋아해"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 등재 재조명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의 트로피를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르면서 '기생충'의 투자 배급을 맡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제작자 (주)바른손이엔에이 곽신애 대표가 수상의 기쁨을 표현했다.

곽신애 대표의 수상 소감 이후 마이크를 잡은 이미경 부회장은 가장 먼저 "가장 먼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웃음과 독특한 크레이지 헤어, 걸음걸이, 패션 모든 것을 좋아한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기생충'을 사랑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 남동생을 비롯한 형제들에게도 감사하다, 영화를 봐주신 관객들과 특히 '기생충'을 사랑해주신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여러분의 의견 덕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고 창작자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남동생은 이재현 CJ 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2014년 타의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국내 그룹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었던 이력이 있다.
문 대통령 '영화 기생충 팀, 오스카 수상 축하'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 '영화 기생충 팀, 오스카 수상 축하' (사진=연합뉴스)

2018년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당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취지의 지시를 했으며, 이를 CJ 측에 'VIP(대통령) 뜻'이라며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수석은 "2013년 7월 4일 박 전 대통령이 'CJ그룹이 걱정된다. 손경식 (CJ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배경에는 CJ그룹이 제작한 방송 문화 콘텐츠를 들 수 있다. 2017년 10월 국정원개혁위원회가 공개한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2013년 8월부터 CJ그룹을 사찰한 뒤 ‘CJ의 좌편향 문화 사업 확장 및 인물 영입 여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tvN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릭터 ‘또’를 욕설을 가장 많이 하고 안하무인의 인물로 묘사했다는 지적이 있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몹시 불편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CJ는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를 기획·제작해 당시 야당 대선 유력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에 제작비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국정원은 이미경 부회장이 ‘친노의 대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CJ 측에 이를 시정하도록 경고하고 과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알려진 최순실 씨도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차은택 감독은 2017년 특검 조사에서 “CJ가 만든 영화에 좌파 성향이 많아 최순실이 이 부회장에 대해 ‘XX년’이라고까지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좌편향’ 콘텐츠로 인해 정권으로부터 큰 홍역을 치른 CJ는 이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의 영화에 거액을 투자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들 두 작품을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탁월한 콘텐츠 기획자, 한류 전도사, 엔터테인먼트 업계 '대모'로 불리는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의 압력에 의해 CJ 엔터테인먼트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음에도 문화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아카데미는 1929년부터 아카데미 회원들이 뽑는 상으로 미국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만이 투표권을 가진,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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