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게시판에 트랜스젠더 합격자의 입학을 환영하는 대자보와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나란히 붙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숙명여자대학교 게시판에 트랜스젠더 합격자의 입학을 환영하는 대자보와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가 나란히 붙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초로 성전환 수술 후 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A씨가 고민 끝에 입학을 포기했다.

사상 초유의 사례에 대학가는 물론 사회적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사안인 만큼 입학을 포기했음에도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금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A씨의 입학 포기 심경을 담은 글을 게재하고 "이 사회의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부모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같은날 정의당도 "입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A씨의 상황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여자대학교가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은 교육에서 소외되 온 여성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면서 "A씨가 입학했다면 이는 숙명여대의 설립 목적에 하등의 어긋남이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소수자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혐오표현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대한민국의 학교는 성소수자 학생을 환대하지 못하는 공간에 머물로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A씨의 입학 포기 결정을 두고 교육 당국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트랜스젠더 최초로 여대에 지원해 합격한 A씨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그해 10월 법원에서 성별 정정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치른 입시에서 숙명여대 법학과에 최종 합격했지만 A씨의 입학을 두고 숙명여대 내부와 대학가에서는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결국 A씨는 "대학을 가고자 하는 당연한 목표, 그 속의 꿈조차 누군가에게는 의심의 대상이고, 조사의 대상에 불과하다.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면서 입학을 포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