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15 총선을 앞두고 청년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년 표심을 겨냥해 20대에서 40대 초반의 각계 인사들을 잇달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이들을 비례대표 안정권에 배치하거나 당선이 유력한 텃밭 지역구에 공천할 계획이다.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최혜영(41)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을 1호로 영입했다. 최 이사장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발레리나의 꿈을 접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사회복지학 교수가 됐다. 민주당은 이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방송에 출연해 효자 아들로 화제를 모았던 원종건(27) 씨, 청년 소방관 오영환(32) 씨, ‘인공지능(AI)·스타트업’ 전문가인 홍정민(42) 변호사, ‘환경 전문’ 이소영(35) 변호사, 스타트업 청년 창업가인 조동인(31) 미텔슈탄트 대표, 방위산업 전문가인 최기일(39) 건국대 겸임교수 등을 ‘젊은 인재’로 모셔왔다.자유한국당은 백경훈(36) 청사진(청년이 사회의 진정한 원동력) 공동대표를 청년 1호 인재로 데려온 뒤 탈북자 인권 운동가 지성호(38) 씨, ‘체육계 미투 1호’인 김은희(29)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 장수영(32)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유라시아 대륙 1만8000km를 횡단한 극지 탐험가 남영호(43) 씨를 잇달아 영입했다.벌써부터 논란도 일고 있다. 오영환 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관련 의혹에 대해 “당시 학부모들이 하던 관행”이라고 말해 뒷말을 낳았고 원종건 씨는 ‘미투’ 논란에 휘말린 끝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최기일 교수는 과거 표절로 논문이 취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동인 씨는 2015년 1주일 만에 기업 3개를 창업했다가 2년 3개월 만에 동시 폐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펙용 창업’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소영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전문 변호사로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백경훈 대표는 신보라 한국당 의원의 비서 남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자격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청년 영입, 이벤트에만 신경 쓰다 보니 뒤탈 낳아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청년 영입에 나서지만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우선 투표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만 18세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약 1.2%인 55만여 명이다. 접전 지역구에선 수십 표, 수백 표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세대교체 명분도 있다. 유럽 등에 30대 총리와 장관이 배출되는 등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정치권의 젊은 바람 영향이 크다. ‘세대교체=개혁’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통계를 보면 한국의 정치권이 정치 선진국들에 비해 노화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30대가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반면 30대 이하 국회의원 수는 의원 정수(300명)의 1%인 3명에 불과하다. 국제의회연맹(IPU)이 청년 상한 연령으로 잡는 45세 이하 유권자는 약 55%를 차지하는데 비해 이 연령대의 의원 수는 7%에 미치지 못한다. IPU 조사 대상 150개국 가운데 한국의 청년 의원 비율은 143위를 나타냈다.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삶과 정치 형태가 바뀌는 것에 걸맞은 디지털 정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은 2030세대들에게 디딤돌이 돼 줘야 한다”고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의 절반을 2030세대에게 주는 ‘청년 비례대표 50% 할당’을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기존 세대는 2030세대가 대거 들어올 수 있는 일종의 ‘프로모터’ 같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인재를 영입하면서 청년·여성 친화 정당의 모습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영입된 분들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 인재를 불러놓고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바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21대 총선의 시대적 요구는 세대교체”라고 규정했다.하지만 한국 정치권의 청년 영입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전문성이나 정치 경험을 존중하기보다 ‘1회용 표 팔이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치 리더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매번 선거를 앞두고 정치와는 거리가 먼 스토리와 화제성 인물 위주의 영입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좋은 경력·스토리를 갖춘 것과 정치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청년 표심을 겨냥한 이벤트와 포장에만 신경 쓴다는 얘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일회용 추잉껌에 비유하며 “유통 기한은 정확히 단물이 다 빨릴 때까지”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도 스토리성 있는 청년들을 발탁해 놓고 4년간 별다른 활동을 못한 채 ‘병풍’ 노릇만 하다가 정치에서 퇴장한 사례가 적지 않다.우리도 40세에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35세의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34세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같은 정치 리더들을 가질 때가 됐다고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국가들은 젊고 유능한 정치 리더들을 배출할 수 있는 정치 문화와 시스템을 갖췄다. 선거에 임박해 스토리와 스펙만 보고 부랴부랴 청년 인재라는 이름으로 꽃가마를 태워 데려오는 바람에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 한국과 너무나 다르다.◆유럽, 10대 때부터 밑바닥 현장에서 정치 배워유럽의 젊은 정치 리더들은 어느 날 갑자기 꽃가마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10대, 20대부터 정당 조직에 가입해 정치를 배워 왔다. 기초의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뒤 중앙 무대에 데뷔하는 것이 이들의 정치 코스다. 나이는 30대, 40대이지만 정치 경험은 20년 안팎 되는 정치 전문가들이다. “저는 원래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소시민이었다”는 우리의 젊은 영입 인물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그런 점에서 한국의 정치권도 장기적 관점에서 정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수혈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젊은이들이 정치에 과감하게 도전하게 하고 스타로 키우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김혜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당 내 청년 정치인 육성에 소홀한 점이 있다”며 “청년 정치인을 정당 내에서 육성해 성장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김영우 한국당 의원도 “정치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며 “정치 리더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도 “이번 총선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언어, 행동 양식이 구현되는 장을 마련해 줘 젊은 세대들을 정치권에 많이 진출시켜야 한다”며 “그러기 위한 정당의 교육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의원은 “2030세대도 스펙 좋은 사람을 공천하지 말고 경제 현장에서 뛰어본 사람들, 경제를 좀 알고 창업해 본 사람들, 규제 때문에 고통을 겪어 본 사람들을 국회에 나오게 하는 게 좋다”고 했다.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
김형오 자유한국당 4·15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로 꼽힌다. 그만큼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를 중시한다. 국회의장 시절에도 그랬다. 그런 그가 요즘 강한 어조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여권 586 운동권 출신들을 향해 “단물만 빨아먹는 특권층”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현 경제 상황을 ‘문재인발(發) 경제 위기’로 규정하고 정권을 향해 “세계적 호황기에 나라를 거꾸러뜨려 놓고 정말 뻔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헌법의 기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가 무너진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한국당이 총선에서 이겨야 하고 그러려면 한국당이 근본부터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인식이다. 이를 위해 ‘천하의 인재들’이 한국당에 대거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각오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으면서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고 한 것은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 칼바람’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한국당에 이번 총선의 의미는 무엇입니까.“이번 총선은 대통령 5년 임기 중 딱 중간에 치러집니다.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근본적으로 정권 심판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당이 워낙 압도적인 힘과 가용 수단을 가지고 있어 그런 총선의 의미가 퇴색돼 버렸어요. 여당은 야당 심판론이라는 해괴망측한 프레임을 덧씌우는 데 일단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야당 심판론 프레임을 잘못 걸었다고 후회하게 될 겁니다. 언어의 장난이거든요. 국민에게 야당 심판론으로 들어가게 되면 여당은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것이에요.”-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으면서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고 했는데, 받아들인 이유는 뭔가요.“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기본 질서가 무너지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수방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쓰나미로 대선과 지방 선거에서 연전연패했습니다. 그래서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죠. 자신감도 많이 상실한 상황에서 정권의 밀어붙이기에 대해 제대로 견제할 만한 기력을 상실했어요. 2016년 총선 패배까지 포함해 4연패 당하고 당이 존재하는 것만 해도 눈물겹죠. 존재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정권의 과격한 몰아치기에 제대로 대응할 여력이 없었어요.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국당이 지금 뭣 하느냐며 답답해 합니다. 총선을 기회로 전열을 정비해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힘을 뭉쳐야 합니다. 그런 일에 힘을 보태기 위해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첫 일성으로 정치권 판 갈이를 외쳤습니다.“내가 생각하는 판 갈이는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와 구조를 바꾸자는 겁니다. 지금까지 판 갈이는 안 하고 사람만 바꿔 왔어요. 그러니 아무리 참신하고 유능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와도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해요. 그런데 이 정권은 판 갈이할 생각이 없어요. 왜냐하면 자기들한테 유리한 판인데 굳이 바꾸려고 하겠습니까. 내가 말하는 판 갈이는 정권의 유·불리 차원에서 말하는 게 아니에요. 대한민국 정치 구조 자체를 바꿔야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정치를 할 수 있어요. 지금 국회는 완전히 정권 용역을 처리하는 곳으로 전락했습니다. 삼권분립이 우리 헌법의 기틀이고 지향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인데 이 자체가 여권에 의해 흐트러지고 있어요. 국회가 대화와 협상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놓고 협상하자면서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요. 여권은 우호적인 정당, 즉 2중대·3중대를 만들어 나눠 먹기 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판 갈이할 필요가 없죠. 결국 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헌법 정신을 구현하고 삼권분립에 입각해 제대로 판 갈이를 할 수 있는 정당은 한국당밖에 없습니다.”-물갈이 기준은 무엇입니까.“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능력 있는 새 인물, 특히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투철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을 사람을 뽑자는 겁니다. 그런데 압도적인 여권의 힘에 짓눌려 한국당에 새 인물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요. 이 땅에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세력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국당에 많이 노크해 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판 갈이도 되고 물갈이도 되고 대한민국 정치가 바뀝니다. 청춘을 한국당에서 불사르고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천하의 인재들이 우리 당에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을 과감하게 낮추겠습니다.”-그 일환으로 제시한 ‘한국형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 경선 제도)’를 어떻게 구현할 예정입니까.“현재 경선 관련 당규에 따르면 당원 50%, 여론 조사 50%를 반영하게 돼 있습니다. 또 신인에게는 최대 50%의 가산점을 줍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지만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입니다. 가산점은 자기가 받은 득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신인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조직을 장악하고 인지도가 높은 기존 현역 의원이 40%, 신인이 20%의 지지를 받았다면 신인에게 가산점 최대 50%를 반영해도 30%밖에 되지 않아요. 아주 과감하게 고쳐야 합니다. 원래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는 현역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입니다. 기성 정치인을 재공천하기 위한 장치로 전락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한국형’을 붙인 겁니다.”-한국당에서는 컷오프 33%, 현역 50% 물갈이를 제시했습니다.“몇 %라고 할 수는 없어요. 표는 국민이 주는 거니까. 걱정하는 것은 여권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신 자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사회주의에 상당히 경도되는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준여당을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죠. 자기 살을 조금 도려내는 척하면서 남의 살을 왕창 갖다 붙이겠다는 겁니다. 사회주의적 개헌을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에요. 개헌을 하려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야 하는데 여권이 권한을 더 불리고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하겠다는 것은 21세기 국가사회주의의 길을 가려는 겁니다. 그래서 개헌을 저지할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대구·경북(TK) 지역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습니다. 70% 이상 얘기도 나옵니다.“이 시점에서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공천 심사는 500페이지 교과서로 치면 지금 서론 부분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습니다.”-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경쟁력 확보 방안은 무엇입니까.“이번 선거에서 중요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어요. 부산·경남(PK)도 승부처입니다. TK도 예전과 달라요. 민심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호남도 한국당이 약세인 것은 틀림없지만 여기에서도 점차 바뀌고 있어요.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압도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물론 수도권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총력을 기울일 겁니다. 그러려면 국민이 한국당에 표를 줄 수 있게 인물 영입에서부터 변화된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변화했습니다’라고 한들 국민이 ‘하나도 안 변했네’라면 안 됩니다.”-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지명도 있는 인사들을 수도권 험지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그것도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결이 좀 달라요. 한 사람(홍 전 대표)은 당 대표와 도지사,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입니다. 또 한 사람(김 전 지사)은 수도권에 진출한 적이 없고 총리 후보까지 올랐던 사람이죠. 그런데 당이 워낙 어려운 국면에 있으니 당을 위해 헌신·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좀 총대를 메라는 것인데 총대를 메는 형식이 여럿 있어요. 어떤 식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줄 각오가 돼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본인들이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공천관리위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되겠지요.”-황 대표가 서울 종로에서 출마합니까.“여러 가지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어요. 잘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황 대표는 개인 호불호를 떠나 당 대표입니다. 대표를 종로로 보내는 게 맞는지, 더 중요한 역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다른 데로 가야 하는지 변수가 여럿 있어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종로에 안 나가면 이낙연 전 총리와의 대결이 무서워 피한다는 얘기가 나올 텐데요.“여권에서는 그렇게 얘기하겠죠. 정치라는 것은 없는 것도 있는 것으로 만드는데 여기에 말려들면 안 돼요. 세론에 휩쓸리지 않고 공천관리위원들과 진지하게 얘기해 볼 것입니다. 이미 늦은 측면도 있어요. 황 대표가 종로에 나가겠다고 먼저 치고 나갔으면 저쪽에서 어떻게 대응했을지 모르겠지만…. 자기들이 판을 차려 놓고 오라는 것은 프레임의 덫에 빠질 수 있어요. 선수들이잖아요. 이게(황 대표의 종로 출마) 과연 옳은 것인지,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 고민 중입니다.”-지난해 말 한국당이 장외 투쟁 등 강경 투쟁을 벌인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나는 의회주의자로서 대화와 타협을 하기를 소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압도적인 힘으로 ‘안 받으면 다수결로 가겠다’는 식은 대화와 타협이 아닙니다. 정부 여당은 청와대 하명 수행 기관으로 전락했어요. 선거제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대화하자는 것에 대해 야당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여당은 한국당이 물리력으로 저지만 하고 장외 투쟁만 일삼는다는 식으로 각인시켜 버렸죠. 그러니까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싸울 때는 비장하게 싸우고 협상할 때는 과감하게 해야 합니다.”-보수 통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태극기부대부터 중도 우파, 중도 좌파까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사람들은 모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사회주의적 정치·경제 체제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문재인발(發) 경제 위기가 너무 심각합니다. 1998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그 원인이 외부에서 온 것인데, 잘 극복했습니다. 지금 문재인발 경제 위기는 국내적 요인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세계적 호황기에 나라를 이렇게 거꾸러뜨려 놓고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어요. 고용이 침체되고 성장률은 둔화되고 자영업자는 ‘폭망’했으며 부동산 값은 뛰어버렸어요. 좌파 정부만 들어서면 부동산 값이 뛰는 이유는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이에요. 또 하나 큰 문제는 땀 흘려 일해 돈을 번 사람과 땀 한 번 흘리지 않고 돈 번 사람을 결과만 보고 같이 취급한다는 겁니다. 땀 흘려 돈 번 사람을 부도덕하게 취급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기업이 살아나겠습니까. 역사적 과오를 범하고 있어요. 탈원전 정책만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난센스 정책’을 꼽으라면 첫째, 둘째가 될 겁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또 임금 살포 정책으로 돈을 막 뿌리고 있어요. 생산성을 유발하는데 돈을 뿌리는 게 아니고…. 기업의 의욕을 상실시키는 규제는 얼마나 많습니까.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자유와 창의인데, 자유도 없고 창의적으로 하겠다고 하면 규제합니다. 타다 금지법 등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겠어요. 거기에 더해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내 명을 거역했다’고 했어요. 검찰 인사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은 전제주의 정권에서도 있을까 말까 한 인식이에요. 위험하기 짝이 없어요. 어떻게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입니까.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의 기본 정신도 몰라요.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을 ‘검찰 개혁’이라는 희한한 용어로 포장했습니다. 국민을 어리석게 보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붙여선 안 돼요.”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약력1947년 경상남도 고성 출생. 경남고·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경남대 정치학박사. 동아일보 기자. 14~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국회의장. 부산대 석좌교수.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현).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성상훈 한국경제 기자 yshong@hankyung.com[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이 있었던 정봉주 전 의원 출마를 불허했다. ‘세습 공천’ 논란을 빚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석균씨에게 불출마 권고를 한 데 이어 총선에 부담이 될 만한 인사를 모두 정리하고 있다.김 전 대변인은 3일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마지막 회의를 1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자진 불출마 뜻을 밝혔다. 김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군산 경제 발전을 위해 일해보고 싶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멈춰설 시간이 된 듯하다”고 했다.김 전 대변인의 불출마 결정엔 당 차원의 메시지 전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검증위 결정이 있기 전에 결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며 “부동산 문제에 대해 당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전날까지만 해도 이해찬 대표에게 “예비후보로만 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민주당은 정 전 의원에 대해서도 ‘부적격’ 판정을 내리기로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정 전 의원은 이날 열린 마지막 검증위에 검증 신청을 하지 않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추후에 적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 전 의원은 법원 1심에서 미투 폭로의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2심과 3심이 남아 있어 당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미투 문제는 김 전 대변인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며 “당연히 불출마 결단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민주당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호남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이) 총선 (출마) 혹은 불출마와 관계없이 당의 총선 승리에 필요한 기여는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지금 울산과 관련한 상황(검찰 수사)이 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알아서 잘 대응한 뒤 당의 요청을 지혜롭게 잘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