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 4차례 회의서 결론 못내…내일 5차회의서도 결정 쉽지 않을 듯
용산·양천·마포·구로 등 저울질…종로 '대타'로 김병준·전희경 거론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의 4·15 총선 출마 지역구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황 대표가 지난달 2일 장외집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개 선언한 이후 한달 넘도록 구체적인 '험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서다.

그간 황 대표는 구체적인 출마 지역에 대해 "당의 총선 승리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 "공천관리위원회가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려줄 것" 등으로 즉답을 피해왔다.

4일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 대표의 서울 종로 출마에 대해서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끼리의 맞대결 성사로 인해 총선 분위기를 띄운다는 차원에서 당내에서도 기대감이 컸지만, 현재는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황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빅매치'를 신청했지만 황 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여기에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이날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놓고 본인뿐 아니라 공관위까지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이 전 총리와의 맞대결을 가상해서 크게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다 이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보수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종로냐 다른 험지냐 불출마냐…'출전지' 딜레마 빠진 황교안
당 공관위는 지난 네 차례 회의에서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관위는 오는 5일 5차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당장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을 결정하기엔 쉽지 않은 기류가 읽힌다.

공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는 5∼6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전체 판을 보고 전략공천 지역 등 포석을 짤 수 있다"며 "현재는 '바둑돌'도 없는데 황 대표 같은 장수부터 바둑판 중앙에 딱 놓고 시작하자는 압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황 대표 측은 종로 출마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민주당이 짠 덫'이라고 규정했다.

전체적인 수도권 선거의 지형을 보고 최종적으로 당 대표의 출마 지역을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황 대표 출마 지역과 통합 논의 과정이 연결이 안 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낙연 전 총리가 기다리는데 종로에 안 가면 '겁쟁이'라는 프레임에 떠밀려선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미 이 전 총리에게 '선점 효과'를 빼앗겼기 때문에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든, 이외 험지를 선택하든 당장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당은 종로 외에도 서울 양천·구로·마포·용산 등 출마 후보지로 놓고 여론조사를 돌려 황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황 대표가 구로을 지역구에 있는 연세중앙교회에 비공개로 방문한 것이 알려지면서 '종로보다 더한 험지'로 구로을에 출마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구로을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역구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이런 가운데 종로에 황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비례대표 초선인 전희경 의원을 배치하는 방안도 당내에서 거론된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지난달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종로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의 경우 1975년생으로 당 기준으로는 청년에 해당한다.

전 의원이 종로에 출마한다면 '이낙연 vs 황교안'의 빅매치를 피하는 대신 젊은 얼굴을 제시해 집권여당의 대선주자급에 대한 힘 빼기 전략이 먹힐 수 있다는 게 한국당의 복안이다.

아울러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아예 불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럴 경우 황 대표가 지역구에 얽매이지 않고 당의 간판으로서 전국의 선거운동을 총괄 지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당이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황 대표가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바꿔 비례대표로 나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