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논란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2번째 영입인재 원종건 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힌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투 논란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2번째 영입인재 원종건 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힌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영입했던 원종건 씨에 대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여심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을 내놨다.

한국당 '2020 희망공약개발단(공약개발단)'은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안전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공약개발단은 데이트폭력‧스토킹 범죄 행위에 대한 강력 대응을 비롯해 △몰카 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 확대 △여성 1인가구 위한 안전종합대책 수립 △'조두순 방지법 수립 등을 총선 공약으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공약개발단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페미니즘 정부를 자처했지만, 각계각층의 미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고, 남녀 간 성별 갈등은 건국 이래 가장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특히, 문재인 정부의 왜곡된 성 의식과 미투 논란은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이어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의 저서 논란, 2017년 안희정 충남지사 사건, 얼마 전 인재영입 2호인 원종건 씨 미투 논란까지, 정부와 집권 여당 주요 인사들의 성 추문은 헤아릴 수 없다"면서 "데이트폭력범죄, 디지털 성폭력, 웹하드 카르텔 등 신종 범죄가 여성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지만 정부와 집권 여당의 안이한 대처와 전문성, 효율성, 지속성이 결여된 정책으로 여성 정책의 실효성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당은 여성 행복은 곧 사회공동체의 근간인 가족 행복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선언하며 안전하고 든든한 법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며 "여성에게 힘이 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한국당의 행보는 원 씨의 미투 파문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세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주 전과 비교해 5%포인트 하락한 34%를 나타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치다.(조사일시 1월 28일~30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원 씨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포함해 다수의 영향력 있는 민주당 내 정치인들이 미투 논란에 휩싸인 만큼 이번 사태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차분하게 총선 준비를 해온 민주당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는 유죄가 인정, 징역 3년 6월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 외에도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이 미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건이 불거진 후 보수 야당은 물론 정의당 등 범여권에서도 질타가 나왔다. 여성가족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송희경 의원은 원 씨에 대해 "폭로내용이 사실이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데이트 폭력범"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민주당이)검증의 기회가 충분히 있었으나 지도부가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