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전략硏 김일기·김인태 연구원 분석…"김경희에 상징적 직책 부여 가능성"

최근 6년 만에 재등장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 증대와 역할 확대에 명분을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일기 북한연구실장과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1일 발간한 '김경희 재등장의 의미와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김여정 역시 김경희의 등장으로 후광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간부와 주민들이 김여정의 높은 위상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도록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김여정이 김정일 시대의 김경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면, 당 부장 및 정치국원 명단에 등장할 시기도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며 "김경희의 재등장이 김여정의 작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는 김일성 주석의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친동생으로 노동당 경공업 부장과 정치국원을 역임했고, 대장 계급장까지 부여받았다.

2013년 9월 9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지난 25일 김정은 위원장 부부, 김여정 제1부부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과 함께 삼지연극장에서 설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며 재등장했다.

당시 공개된 사진에서 김경희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았다.
"北 '김정일 동생' 김경희 재등장, 김여정 역할 확대 명분줄 것"
보고서는 김 위원장이 올해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고 '백두의 혁명정신'을 연일 강조하는 상황에서 '백두혈통' 최고 연장자인 김경희를 활용, 김정은 위원장의 정통성과 김일성 일가의 단합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반역자' 장성택 부인이라는 꼬리표와 건강상 등의 이유를 고려할 때 "실질적 권한은 없지만, 상징적 의미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설 공연 관람에 최룡해·리일환·조용원·현송월 등 소수 간부만 수행한 채 근로자와 실무부서 담당자들이 방청석을 채운 것은 "정면돌파전의 실질적 주체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김경희를 자연스럽게 등장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