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효과 주목…安지지자 바른미래 무더기 탈당
시간적 한계 지적에도 "제 진심 호소하는 게 중요"
'네번째 창당' 예고한 안철수, '녹색 돌풍' 재현할까
안철수 전 의원이 31일 신당 창당을 예고하면서 2016년 총선 당시 '녹색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안 전 의원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오는 2월 2일 신당 추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지난 29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지 나흘 만에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것이다.

특히 안 전 의원의 창당 시도는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에 이어 네 번째다.

안 전 의원은 2014년 새정치연합 창당을 준비하던 중 민주당과 합당,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가 친노·친문계와의 내부 갈등 끝에 19대 총선을 앞두고 2015년 12월 탈당했다.

이어 2016년 김한길·문병호·유성엽 의원 등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20대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고, 이를 토대로 2017년 대권 도전에 나섰다.

대선 패배 후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안 전 의원은 다시 2018년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총선이 75일 앞두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창당에 나선 것은 2016년 '녹색 돌풍',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가 도입된다는 점도 안 전 의원이 신당 창당을 결심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총선에서 안 전 의원의 국민의당은 26.7%의 정당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당시 득표율을 이번에도 재연한다면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 않더라도 15석 안팎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는 혈혈단신이지만, 총선을 통해 몸집을 불릴 수 있다.

또한 바른미래당이 그동안 안철수계는 물론, 유승민계, 호남계 등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정체성·노선 갈등을 빚어온 것과 달린 신당은 온전히 '안철수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들은 비례대표 신분으로 인해 실제 탈당하지는 못했지만 안 전 의원의 탈당 후 곧장 '정치적 탈당'을 해 안 전 의원의 정치 활동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이날까지 전·현직 원외 지역위원장과 당직자, 평당원 등 4천여명이 바른미래당 탈당 행렬에 동참했다.

'네번째 창당' 예고한 안철수, '녹색 돌풍' 재현할까
안 전 의원의 한 측근은 통화에서 "기존 정치의 관성과 관행으로는 현재 우리 정치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신당 창당을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의원은 '실용 정치', '기득권 정치 혁파' 등을 키워드로 세 규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공학적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선명한 정치 메시지를 통한 도약을 염두에 둔 것이다.

따라서 내달 2일 간담회에서 '새정치의 새 모델', 즉 실용적 중도정당의 모습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안철수, 시대의 불공정을 논하다' 간담회에서 "정치적으로 지금 나오면 어렵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이럴 때 우리나라가 제대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 진심을 전하고 호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창당은 물론 총선 후보 공천 및 인재 영입. 선거체제 정비 등 총선 전까지 안철수 신당의 제모습을 갖추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결국 중도·보수 통합을 목표로 내건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합류하거나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을 중심으로 한 통합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혁통위는 '옛 안철수계'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하며 안 전 의원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호남은 지난 총선에 안 전 의원에게 큰 지지를 보내준 지역이라는 점에서다.

안 전 의원은 지난 20일 귀국 후 첫 행보로 광주 5·18 묘역을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김동철·박주선·주승용 등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중진 의원들은 안 전 의원 탈당 후에도 손학규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의원과 안 전 의원의 결합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