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만찬 회동서 "원주·강릉·평창 중 출마해달라" 요청
이광재 "진지하고 신중하게 고민"…'연고지' 원주 출마 유력 전망
이광재, 민주 공동선대위원장 맡기로…강원 출마 '가닥'(종합2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30일 4·15 총선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강원도 지역 출마 요청에 대해서는 고민의 시간을 갖기로 했지만, 당내에서는 사실상 강원 지역 출마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나 이같이 결정했다고 이재정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 전 지사는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다"며 "출마에 있어서는 어떤 방식이든 백의종군 방식으로 역량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직접 출마하는 것이 기여하는 방식"이라며 강원 지역 출마를 결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 전 지사는 "고민해보겠다"고 답변했다고 이 대변인이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강원 원주나 평창, 강릉 중 지역을 정해 출마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은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전 지사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출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진지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의 각별한 말씀도 있으셨기에 신중하게 생각하겠다"고 설명했다.

'불출마도 하나의 선택지냐'는 질문에는 "확고한 무엇이 있을 때 한 걸음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정치라는 과정 자체가 만만치 않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소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이 전 지사는 고민하겠다고 했지만, 당내에서는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강원도당위원장을 지낸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원도 출마로 내부적으론 결정했지만, 각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을 배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출마하는 것은 맞고, 지역을 고민하는 중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의 출마지로는 학창 시절을 보낸 원주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고를 중시하는 지역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당내 분석이다.

이 대변인은 "일반 공모 절차를 통한 (공천)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해 전략공천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내에선 이번 선거가 이 전 지사의 향후 정치 행보를 결정지을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지사가 이번 총선에서 강원 선거를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하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한다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동선대위원장직 수락으로 이 전 지사는 2011년 1월 대법원 선고로 지사직을 상실한 뒤 9년 만에 총선을 계기로 당에서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전 지사는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내일을 다르게 살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친과 공중목욕탕을 간 일화를 소개한 뒤 "목욕탕 벽에 '모든 사람에겐 때가 있다'라고 쓰여 있었다"며 "사마천의 사기, 덩샤오핑(鄧小平)의 전기를 보며 고난이란 자신을 단단하게 하는 자양분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1년 일찍 해서 다행"이라고 하는 등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는 시점을 1년 앞두고 사면된 데 대한 소회도 밝혔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포부로는 "여야 진영싸움 보다는 (정치세력 중) 누가 미래설계 능력이 있는지 보는 아름다운 경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면 뒤 미국·이스라엘·네덜란드·싱가포르를 다니며 느꼈던 점도 소개했다.

강원도 평창 출신인 이 전 지사는 원주에서 중·고교를 다닌 뒤 연세대에 입학,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과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친노(친노무현) 그룹 핵심 인사이기도 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 출마, 첫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쥔 데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야당 후보로 출마해 5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또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강원도지사로 당선되면서 '보수 텃밭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1년 1월 27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및 피선거권 박탈 10년을 선고받았다.

그 뒤 이 전 지사는 2011∼2013년 중국 칭화대 공공관리대학원 객원교수로 있다가 2016년부터 재단법인 여시재의 부원장으로 활동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