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가균형발전법 개정 추진
TK "세종시까지 챙겨놓고…"
대전·충남 "공공기관 이전 소외"
4월 총선을 앞두고 대전·충남에도 혁신도시를 지정해 달라는 지역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전시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 함께 개최한 간담회에서 허태정 시장(왼쪽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4월 총선을 앞두고 대전·충남에도 혁신도시를 지정해 달라는 지역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전시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 함께 개최한 간담회에서 허태정 시장(왼쪽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도시 시즌2’ 정책에 지방이 분열하고 있다. 당정이 대전·충남 등에 혁신도시를 새로 지정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대구·경북(TK) 등 기존에 혁신도시가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혁신도시가 추가로 지정되면 수도권에서 새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TK에 지역구를 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법 개정 저지 방침을 밝히자 대전·충남에서는 한국당 의원 낙선운동 움직임까지 이는 등 혁신도시 이전이 지역 갈등을 넘어 총선 이슈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도지사·시민단체까지 나선 대전·충남

지방 갈등 부르는 혁신도시 시즌2…총선 이슈 급부상

충남혁신도시유치범도민추진위원회는 29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을 성토했다. 추진위는 “한국당 대구·경북 의원들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의 근거가 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폐기시키기 위해 뜻을 모았다는 소식에 220만 충남도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충남지역 혁신도시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결성됐다. 충남지역 155개 시민·사회단체와 각계 전문가, 도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지난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 TK 일부 의원들이 ‘균특법’ 개정안 통과 저지 방침을 세웠다는 것은 혁신도시가 없는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충청남도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한국당 의원 낙선운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앞서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 등 TK지역 한국당 의원 네 명은 지난 20일 간담회를 열어 균특법 개정안을 저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이미 세종이 혁신도시고 충남에는 공장이 많이 들어서 있다”며 “대전·충남 혁신도시 신설은 지역균형발전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당, 내달 균특법 개정키로

균특법 개정안은 지난해 9~10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대전 서구을)·김종민(충남 논산), 한국당 홍문표(홍성·예산) 등 여야 대전·충남지역 의원들이 각각 발의했다. 광역시·도와 특별자치도에 혁신도시를 한 곳씩 지정하게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광역시·도 중에서 혁신도시를 받지 못한 대전·충남이 혜택을 받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된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충남, 대전에서 혁신도시를 추가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도 있는데 앞으로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해 힘을 실어줬다.

대전과 충남은 2004년 혁신도시 조성 당시 정부대전청사 입지와 세종시 건설 등을 이유로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까지 수도권 공공기관 153개가 각 광역시·도에 10개 안팎씩 이전했지만 대전에는 한 곳도 이전하지 않았고, 충남에는 혁신도시 정책과 별개로 7개 공공기관이 개별적으로 이전했다.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개별이전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용할 수 있다.

대전·충남지역에서는 그동안 혁신도시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양 지사는 지난해 11월 충남지역 혁신도시 지정을 촉구하는 100만 도민 서명부를 국회 여야 대표에게 전달하면서 “세종시 출범에 따라 충남 인구는 13만7000명, 면적은 437㎢ 감소했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동안 경제적 손실이 25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TK “세종에 이어 혁신도시까지 챙기나”

균특법 개정안에 대해 TK를 중심으로 한 다른 지자체들은 반발하는 움직임이다.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구미 등 지방도시는 수도권 규제 완화 등 블랙홀에 빠져 지역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며 “2차 공공기관도 수도권과 가까운 대전·충남에 갈 경우 다른 지방도시 쇠락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강원 동해를 지역구로 둔 이철규 한국당 의원도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균특법 개정안을 심사할 당시 “세종시가 충남 내에 있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또 혁신도시가 필요하냐”며 반대 의견을 냈다.

여권에서도 “균특법 개정안은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한 국토균형발전 원칙을 뒤집는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대전에는 제3정부청사가, 충남에는 세종시가 건설된다는 이유로 대전·충남을 혁신도시 건설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지적이다.

임도원/고은이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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