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서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에게 당원교과서 등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서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에게 당원교과서 등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는 의미) 의혹'에 휩싸이며 오는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종건(27) 씨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뒤늦게 머리를 숙였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여론을 의식한 모양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원 씨 논란과 관련해)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어제 영입 인재 중 한 분이 사퇴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서 "이후에는 당에서 사전에 철저히 조사·검증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원 씨 사태와 관련해 사과 의사를 전했다.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 원내대표는 "음주운전 기준 등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하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검증 기준에서 빠뜨린 부분들이 있는지 더 점검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 씨의 당원 제명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 결과에 따라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면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한다"며 "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조사 결과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원 씨 영입 직후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로 미투 단어가 제시될 정도로 소문이 있었는데 이를 따져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까지는 확인하지 못한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원 씨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난 27일과 원 씨가 영입 인재 자격을 반납한 28일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당원 게시판에 연이은 비난이 쇄도하자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사과를 하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28일에는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과 홍익표 수석대변인만이 입장을 표했다. 당시 김 비서실장은 "원 씨의 검증 단계에서는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그 영역까지 우리가 검증을 할 수 있는지를 미리 염두에 두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같은날 홍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에서 사실관계나 여러 관련된 내용에 대한 확인을 통해서 결과에 따라서 원칙적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생각"이라며 "인재영입과정에서도 보다 철저한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검증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 씨의 미투 의혹은 지난 2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됐다. 자신을 원 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A 씨는 "원 씨는 여자친구였던 저를 지속적으로 성 노리개 취급해왔고 여혐(여성혐오)과 가스라이팅으로 저를 괴롭혀왔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원 씨는 "민주당 21대 총선 영입 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한다"면서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라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