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영입 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8일 자신에 대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영입 인재 자격을 반납하고 총선에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불거진 논란이 선거판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종건 “폭로, 사실관계 다르다”
원 씨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고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며 “제가 민주당에 들어와 남들 이상의 주목과 관심을 받게 된 이상 아무리 억울해도 엄중한 책임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날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한 자신의 데이트폭력 의혹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며 “자연인으로 돌아가 홀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원 씨의 미투 논란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인재 영입 과정에서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에서 사실관계와 내용을 확인해 결과에 따라 원칙적으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며 “아울러 공직선거 출마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유사한 사례가 있을 경우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인재 영입과정에서도 보다 철저하게 관련 내용을 검증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런 영역까지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지 염두에 두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野 “검증 못한 민주당이 사죄해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검증 과정에서 원 씨를 걸러내지 못한 민주당을 맹공했다. 황규환 한국당 부대변인은 “민주당은 영입 인재들의 과오는 물론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꼬집었다.
다른 야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권성주 새보수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정치판을 교란시키며 국민 분노만 자아내는 감성팔이 인재 영입 쇼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친문 핵심인 조국부터 일회용 영입 인재까지 어찌 이리도 위선적인가”라고 했고,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은 “지지율에 취해 아무나 내리꽂아도 당선시킬 수 있다는 오만함”이라고 일갈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검증의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며 “여당 지도부가 이 같은 문제를 가벼이 여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與, 정봉주 김의겸에도 불출마 권고
민주당은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터져나온 미투 폭로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논란이 커지면 총선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정봉주 전 의원에게도 불출마를 권고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 전 대변인과 정 전 의원에게 당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당은 김 전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과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에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각각 전북 군산과 서울 강서구갑 지역구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의 검증을 받고 있는 김 전 대변인과 달리 정 전 의원의 경우 공식 출마 선언이나 당의 예비후보 검증 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대변인은 명백한 불법은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정 전 의원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여서 당에서 무조건 걸러내기에 부담이 크다”며 “본인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가장 모양새가 좋다”고 귀띔했다.
한편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한 의원 22인에게 결과를 개별 통보했다. 하위 20%에 포함된 의원들은 공천과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받은 득표의 20%를 감산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