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 당 재건을 위해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사실상 손 대표의 2선 퇴진을 압박한 것이다.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리모델링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정계 개편의 ‘태풍의 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만남에선 당권 향방과 관련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28일 안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17명의 오찬이 예정돼 있어 이 회동 전후로 바른미래당의 ‘미래’가 결정날 것으로 관측된다. 안 전 대표는 손 대표와의 회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손 대표에게) 내일 의원단 모임이 있으니 그전까지 고민해보고 답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대위 구성 △전 당원 투표에 의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재신임투표 실시 세 가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검토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전 유승민계에서 요구한 것과 다른 게 거의 없었다”며 “‘왜 지도체제를 개편해야 하는지’ ‘왜 자기가 해야 한다는지’가 없었다”고 사실상 안 전 대표의 요구를 거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손 대표 측근인 바른미래당의 한 당권파 의원도 “‘고민해보겠다’고 말은 했지만 제안을 거절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손 대표의 결정에 따라 가능한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우선 손 대표가 당 대표로서 권한을 넘기고 안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바른미래당을 재건하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는 손 대표가 비대위 구성을 거부하고 안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의 당권을 나눠 갖는 시나리오다. 현실적으로 창당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절차도 복잡해 쉽지 않은 만큼 당권을 두고 ‘타협’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총선이 80여 일 남은 시점에서 신당을 창당할 경우 총선 준비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계 바른미래당 의원 대부분이 비례대표여서 신당 창당 시 유일한 현역의원인 권은희 의원 한 명과 함께 총선을 치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