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한다면 법원 판결 지켜볼 수밖에…향후 유사사례 가능성"
'성전환 강제전역' 법정으로 번지나…국방부 "지켜본 뒤 조치"

국방부는 남성으로 입대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가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육군 하사 측이 행정소송 등 법정 투쟁을 예고하자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간 동성애 장병 문제가 불거진 적은 있었으나, 지난 22일 변 하사에 대한 육군의 전역 조치가 낳은 파장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서다.

외신들까지 주목하는 이번 사례의 당사자인 변 하사는 강한 복무 의지를 나타냈고, 그를 도운 군인권센터 측은 행정소송 등을 언급했다.

변 하사는 육군의 전역 조치 결정에 따라 23일 0시부로 민간인 신분이 됐다.

앞서 육군의 전역 결정 직후 변 하사는 군인권센터가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고, 힘을 보태 이 변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향후 인사소청을 제기한 뒤 소청 결과를 보고 행정소송을 진행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며 "변호인과 상의해 전역심사위 처분의 절차적 위법성과 성차별 요소를 중점적으로 변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이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강제 전역 조치를 결정한 이번 사례는 법정에서 제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국방부도 이번 사례가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행정소송 등이 제기되면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24일 밝혔다.

군 일각에서는 변 하사 사례를 계기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 문제가 이슈화된 만큼 군은 더는 방관하지 말고 본격적인 연구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앞으로 변 하사와 같은 유사 사례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도 "변 하사 사례로 그칠 일이 아닌 것 같다"면서 "이번 기회에 관련 법령이나 규정 등을 정비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성전환 강제전역' 법정으로 번지나…국방부 "지켜본 뒤 조치"

그렇다고 국방부가 당장 연구에 착수하거나 법령 및 규정을 고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문제"라면서 "섣불리 관련 규정이나 법령을 손댔다간 또 다른 논쟁을 불러올 수도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 분위기는 행정소송 등이 제기되면 일단 그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소송이 제기되면 군은 전역 조치 결정이 적법했고 부당하지 않다는 변론을 해야 하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변 하사에 대한 전역 취소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도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이 현역 중령 시절 전역당했다가 행정 소송 등을 통해 복귀한 사례가 있다"면서 "법원 판결에 따라 전역 취소 처분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피우진 전 보훈처장은 중령 시절 유방암 투병 후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판정을 받아 2006년 11월 퇴역했다가 여러 차례 소송을 거쳐 1년 7개월여 만에 복직한 바 있다.

국방부는 피 중령 사건이 법원으로 확대되자 2007년 8월 '심신장애 군인 전역 및 현역복무 기준'을 전면 개정했다.

군인사법시행규칙(제53조)에 의해 엄격하게 적용하던 기준을 심신장애 1∼9급으로 판정되어도 본인 희망 시 각 군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현재 성전환자에게 군 복무를 허용하는 국가는 20여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벨기에 등 유럽 국가가 15개국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7월 성전환자들의 군 복무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항소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하급심 판결을 폐지하고 '성전환자 군 복무 제한' 행정각서의 효력이 발휘되도록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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