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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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비리·감찰무마 의혹과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일선 검찰청 차장검사 3명이 모두 교체됐다.

법무부는 23일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 간부와 평검사 인사에서 검찰 차장검사를 전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과장급 간부들을 모두 유임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묵살됐다.

법무부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평택지청장으로, 송경호 3차장을 여주지청장으로 각각 발령내는 등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과 평검사 759명 승진·전보 인사를 다음달 3일자로 단행했다.

신 2차장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송 3차장은 조 전 장관 가족비리 의혹 수사를 이끌어왔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한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천안지청장으로 전보됐다.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연합뉴스우리들병원 대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부산동부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한석리 4차장은 대구서부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조 전 장관 무혐의 주장에 대해 항의한 ‘상갓집 항명 사건’ 당사자인 양석조 대검찰청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보임됐다.

법무부는 지난 8일 대검검사급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하면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이원석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전보조치했다.

윤 총장을 보좌해 조 장관 일가 비리 수사를 지휘하던 대검 참모진이 모두 ‘물갈이’되자 일각에서는 '유배 수준', '1.8 대학살'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조 전 장관 수사를 맡았던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으로 전보됐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지휘 라인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조국 사건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 실무를 맡아온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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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추 장관은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취임 후 일선 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가도 좋다"는 내용의 '오싹한 농담'을 건네 눈길을 끈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공식 유튜브 채널 '법무부 TV'를 통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일선 검사들과 첫 만남'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라이스 투 미추(Rice to meet Choo)-추미애 장관과 함께하는 맛있는 밥 한 끼'라는 부제로 게시된 이 영상은 총 5분 24초 분량으로 구성됐다.

이날 게시된 영상에는 지난 16일 추 장관이 대한변호사협회가 선정한 '2019년 우수 검사' 20명 중 14명과 정부과천청사 구내식당에서 함께 한 오찬 과정이 담겼다.

영상 속 추 장관은 어린 시절 일화를 꺼내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남의 말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가 있다"면서 "조금 눈치가 부족(하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갔는데 저의 담임으로 배정되신 분이 제가 봤을 때는 조금 못마땅했다"면서 "그 선생님이 첫 수업시간에 '내가 싫은 사람은 나가도 좋아요'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진짜로 알아듣고 책가방을 싸서 당당하게 앞문으로 딱 나갔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래서 집에 갔더니 엄마가 '너 왜 왔니? 수업 안 받고'라고 하시더라"라며 "지금 인사를 앞두고 있어서 혹시 그것 때문에 강요에 의해서 오신 분들 있으면 나가셔도 좋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같은 추 장관의 발언은 조 전 장관의 발언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조 전 장관은 2011년 12월 노무현재단이 주최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검찰 개혁에 대해 "나가시겠다고 하면 빨리 보내 드려야 한다. (검사들이) 집단 항명을 해서 사표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된다"며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 검사보를 대거 채용해 새로운 검찰을 만들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법무부의 검찰 인사를 앞두고 “만일 2차 대학살이 가시화되는 경우 우리 당은 추 장관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또 고발하겠다”고 밝혀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