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을 앞둔 설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주목받는 단어가 있다. 바로 '명절 밥상'이다. 명절 밥상에 어떠한 음식이 오를 것인지, 시장 물가가 어떻게 되는지 주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명절 밥상에서 어떠한 선거 이슈 올랐는지 정치권이 촉각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번 설 명절에도 다양한 정치 이슈가 명절 밥상에 오를 전망이다. 친척들끼리 모이는 장소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면 싸움밖에 더 나느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설 명절 정치권 이슈는 가장 재미있는, 때로는 가장 격렬한 술 안주이자 이야깃거리다.

보수 통합,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의 정계 복귀, 부동산값 폭등, 조국 전 장관 이후 국면 등 다양한 정치권 이슈가 돌아오는 명절 밥상에 오를 전망. 설날을 맞아 한경닷컴은 총선을 앞둔 역대 설, 우리의 밥상에 어떤 정치권 이슈가 올랐는지 돌아봤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지역구도 공고화로 상징됐던 13대 총선…노태우 취임 전 맞이한 설날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변화하며 맞이한 1988년 총선. 정치지형은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그리고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1987년 대선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양김(김대중·김영삼)의 분열은 13대 총선까지 유효했다. 대선과 마찬가지로 13대 총선에서도 김대중은 호남지역을, 김영삼은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선거를 치른다. 이 과정에서 김종필은 충청 맹주로 자리 잡게 된다.

또한 당시 설날은 대선에서 승리한 노태우 당선자가 취임을 하기 직전이었다. 그런 탓에 지역 구도를 낳았던 대선의 여파가 설 명절 밥상에까지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대선에서 실패했던 양김의 단일화가 총선에서는 가능할지도 설 명절 밥상에서 중요한 이슈로 언급됐다.

그러나 양김의 단일화는 재차 실패로 돌아가고 지역 구도는 공고화되면서 민주정의당 125석, 평화민주당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 35석, 한겨레민주당 1속, 무소속 9석 13대 총선은 끝나게 된다.
지난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전초전 성격 가졌던 14대 총선…설 명절 한 달 전 등장한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1992년 이뤄진 14대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런 탓에 설 명절에도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차기 대권의 향방이었다. 그러나 설날을 한 달 앞둔 같은해 1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통령 출마를 결심하면서 통일국민당 창당준비위원회가 구성된다.

특히 김영삼이 당권을 잡은 민주자유당에서 민정계(민주정의당계) 인사들이 대거 이탈하, 통일국민당으로 입당하게 된다. 당시 설 명절 밥상에는 같은해 이뤄질 대선과 정주영의 파격적인 행보가 올랐다.

그러나 통일민주당이 설날을 하루 앞둔 날 기자들에게 거액의 촌지를 뿌렸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자연스레 설 명절 밥상에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재벌의 속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올랐다.

설날 바로 다음달 진행된 총선에서 과반을 기대했던 민주자유당은 149석, 김대중의 민주당 97석,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31석, 박찬종의 신정치개혁당 1석, 무소속 21석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다.
지난 1995년 당시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서울올림픽공원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이희호 여사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95년 당시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서울올림픽공원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이희호 여사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DJ 복귀와 YS·JP 분열로 주목받은 15대 총선…'정계개편' 설 명절 밥상의 화두로

15대 총선은 1996년 진행됐다. 총선을 앞둔 설날 그리고 설날을 앞둔 정치권은 그야말로 요동을 치고 있었다. 정계를 떠났던 김대중이 돌아왔으며 민주자유당은 내분을 겪은 뒤 김종필을 중심으로 하는 탈당 도미노를 맞았으며 신한국당으로 재탄생한다.

김대중과 김종필은 각각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을 창당, 15대 총선을 앞둔 설 명절 밥상에는 '정계개편'이라는 단어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다. 혹자들은 이를 두고 이합집산이라고 비판했으며 13대 총선의 데자뷰라는 지적도 했다.

그 결과 야권의 분열을 통해 수도권에서 약진했던 영남 기반 신한국당은 139석 새정치국민회의는 79석, 자유민주연합은 50석, 지역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등장했던 통합민주당은 15석, 무소속은 16석으로 15대 총선을 마무리된다.
지난 2001년 서울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새천년민주당 창당대회에서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과 서영훈 대표, 이인제 선대위원장이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사진=한경DB
지난 2001년 서울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새천년민주당 창당대회에서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과 서영훈 대표, 이인제 선대위원장이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사진=한경DB
◆거대 양당체제가 자리 잡은 16대 총선…시민단체의 정치참여 본격 등장

2000년 설 명절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이목을 끌었다. 같은해 1월 11일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총리에 박태준 자민련 총재를 지명했으며 DJ의 새정치국민회의는 같은달 17일 총선을 위한 세 확장 차원에서 신한국당을 탈당한 뒤 국민신당을 만들었던 이인제 등의 인사들을 포섭하고 새천년민주당을 출범시킨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기존 총선과 다른 풍경을 맞이하게 된다. 참여연대 등 전국 300여 개 단체가 '2000년 총선시민연대 발족식'을 갖고 공천 반대와 낙선운동 추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그야말로 '깨끗한 정치'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이 설 명절 밥상에도 오르게 된다.

IMF 사태 이후 총 273석으로 의석수를 줄인 채 진행된 16대 총선은 한나라당 133석, 새천년민주당 115석, 자유민주연합 17석, 민주국민당 2석, 한국신당 1석, 무소속 5석으로 끝나며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어낸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