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운영감사 결과…"고생하니 챙겨줘라" 근무평정 임의 조정도
감사원 "경남도, 5년간 시·군에 조정교부금 538억원 덜 줘"(종합)
경상남도가 최근 5년 동안 관내 시·군에 교부해야 할 조정교부금을 약 538억원 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속 공무원들의 근무평정을 평가하면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은근슬쩍 평가 순위를 뒤바꾼 사례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21일 공개한 '경상남도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상남도는 '가용할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내 18개 시·군에 원래 지급해야 할 예산(약 3조8천872억원)보다 약 538억원 적은 약 3조8천334억원만 지급했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도지사는 도세(취득세·등록면허세 등) 총액과 지방소비세액의 27%를 조정교부금 재원으로 확보해 관내 시·군에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군 간 재정력 격차 조정 등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경상남도는 이 기간 지방소비세의 실제 세입액(약 2조8천530억원) 가운데 지방세수 보전분(1천476억원·5.17%)을 제외하고서 조정교부금 재원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조정교부금을 부족하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5년 동안 미지급된 조정교부금을 순차적으로 각 시·군에 지급하도록 도지사에게 통보하고, 앞으로 조정교부금 예산 편성·집행을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이미 제출된 근무평정 성적 순위는 사후에 바꿀 수 없는데도, 이를 임의로 뒤바꾼 사례도 적발됐다.

경상남도에서 근무평정 실무를 담당하는 A씨는 팀장 B씨, 과장 C씨와 함께 지난 2018년 11월 근무성적평정위원회 심의 자료를 위원회 위원장인 행정부지사에게 보고했고, 행정부지사는 행정 5급 직원 5명에 대해 "힘든 부서에서 고생하니 조금 더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C씨는 "조정이 필요하고 양해가 돼야 한다"고 답했고, 행정부지사는 "자체적으로 업무난이도 등을 감안해 배려해주되 그렇지 않으면 당초 심의자료대로 하라"고 말했다.

A씨는 규정에 따라 각 실·국이 이미 제출한 근무평정 성적 서열 명부 순위는 변경할 수 없지만, 부서별 평정자나 확인자가 동의한다면 수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B씨와 함께 평정자들을 찾아가 날인을 받고서 서열 명부를 재작성했다.

A씨가 규정에도 없는 절차를 통해 명부를 재작성한 결과 5급 직원 5명 중 2명이 각각 1계단, 2계단 근무평정 순위가 올랐고, 나머지는 1계단씩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부지사는 또한 6급 직원 D씨에 대해서도 "일도 잘하고 고생이 많은 것 같다.

좀 챙겨주라"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도는 D씨의 평정점을 65.5점(38위)에서 67.5점(22위)로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않고서 근무평정 심의자료를 작성해 위원회 의결을 받았다가 전산 시스템에 평정점을 입력하면서는 의결 내용이 아닌 행정부지사의 기존 의견을 반영해 D씨의 점수를 임의 조정했다.

이후 D씨는 조정된 성적에 기초해 승진 심사를 받아 지난해 승진 임용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A씨에게는 정직을, B씨와 C씨에게는 경징계 이상의 징계 처분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 건설사에 대한 주택사업계획 변경승인과 국·공유지 귀속 관련 업무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경상남도는 D사에 대해 창원시 관내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 건을 승인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대지면적에서 제외해야 하는 차로와 보도 등 총 2천135.9㎡를 대지면적에 포함했다.

그 결과 D사 입장에서는 대지면적이 그만큼 추가돼 '34평형'(112㎡) 기준 34.7세대를 더 건축할 수 있게 됐고, 용적률(251.77%)도 기준치(250%)를 초과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한 D사가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 9개 필지(4천695㎡)에 대한 무상양도를 요청했지만, 승인 조건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서 이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