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한 대북 협의 계속…DMZ 국제평화지대화 추진 지원
북한 호응 없으면 올해도 6·25 전사자 단독 유해발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210여개 철거는 언제…북한 호응이 관건
국방부는 21일 여건이 된다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거 등 9·19 군사합의를 올해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호응이 없어도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은 독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육·해·공 3군 지휘부가 모여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관으로 열린 '2020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군사합의는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신뢰 관계를 증진해 한반도 비핵화의 길로 들어올 수 있게 한다"며 "한반도에 평화정착이 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기존에 합의가 되고 조치됐다.

여건이 조성되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올해에도 DMZ 내 GP 철수를 위한 대북 협의를 진행할 계획으로, 비례성 원칙을 적용해 동부·중부·서부 지역별 단계적 GP 철수 방안을 검토한다.

9·19 군사합의로 남북은 GP 11개를 시범 철거하기로 했고, 10개를 철거했다.

2018년 남북은 나란히 GP 파괴 현장을 검증하고 군사분계선(MDL) 위에서 군인들이 악수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 관계가 급속히 악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머지 GP 철거는 '유야무야' 됐다.

현재 DMZ 내 GP는 한국군 60여개 북한군 150여개가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적인 GP 철거를 위해서는 북한과 협의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DMZ 국제평화지대화와 DMZ 평화의 길 조성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내놓으면서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를 지정하고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를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은 DMZ 내 유엔기구 및 평화·생태·문화기구 유치, 유엔지뢰행동조직과 DMZ 지뢰 협력 제거 등을 골자로 한다.

국방부는 지난해 특수기동지원여단을 창설하고 DMZ 지뢰 제거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올해는 민간·국제기구가 참여한 법령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DMZ 인근 접경지역 10개 지방자치단체를 경유하는 도보 여행길 500여㎞인 평화의 길은 지난해 일부 구간 개방됐다.

지난해 4월부터 고성, 철원, 파주 3개 구간을 개방했고, 내국인 총 1만4천여명이 방문했다.

DMZ 남북공동유해발굴도 북한과 협의를 추진한다.

지난해 남측은 단독으로 공동유해발굴단을 구성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유해 261구를 발굴했다.

당시 전투에 참여한 군인들의 유품 총 71종 6만7천476점도 발굴됐다.

국방부는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올해도 4월부터 남측 지역에서 유해발굴을 재개할 방침이다.

고위 당국자는 "화살머리고지 이외에도 할 수 있는 곳을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 여건이 조성될 때 가능하다고 아무 검토 없이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상황에 맞춰 발굴 지역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이뤄지는 발굴 작업이라도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북한에 작업 통보는 할 필요가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남북 합동 근무 시행과 관광객 및 참관 인원 남북한 자유 왕래도 추진한다.

지난해 5월부터 JSA 남측 지역 견학이 재개돼 내외국인 총 2만4천여명이 JSA를 방문했지만, 여전히 북측 지역은 제한된 상태다.

올해는 남북미 3자 협의체를 가동해 'JSA 공동근무 운영수칙'을 합의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한강 하구 공동이용 군사적 보장과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관련한 군사합의 이행도 추진한다.

한강 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 여건과 시행 절차를 마련하고, 서해 5도민 조업 여건도 개선하겠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남북군사공동위원 구성과 운영 합의서를 확정하고 회담 정례화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북한이 호응이 필수적이라 실제 회의가 열리지는 불확실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