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권 통합의 깃발은 세워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경비즈니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소아(小我)을 내려놓고 지금은 넘어가야 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통합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이후 1월 9일 중도·보수 통합을 기치로 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출범하면서 통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뢰밭이 널려 있다. 통합 협의체, 통합 범위, 탄핵 문제 등을 두고 각 정파 간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중반부터 통합 작업에 뛰어들어 중재 활동을 해 온 박형준 혁통위원장을 만나 통합의 당위성과 방향, 일정 등에 대해 물어봤다.

- 통합 작업에 왜 뛰어들었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거의 궤멸됐죠.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 청산을 하면서 재기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했던 지식인으로서 보수 재건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보수가 기존에 가졌던 것을 완전히 부정하고 새로 시작하기에는 힘도 약하지만 그게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현실적이기도 하고요. 또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보면 내가 초기에 기대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어요. 대한민국이 복합 전환기인데 문재인 정부처럼 국정을 운영하면 한국이 장기 침체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대안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제3지대에서 뭘 좀 해볼까 했지만 굉장히 혼란스럽고 분열돼 있어요. 새로운 정체성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수를 재건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까지 포괄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면 많은 세력들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 혁통위가 문재인 정권 권력남용·비리 국정조사·특검을 추진하는 이유는 뭡니까.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체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헌법의 세 원칙인 자유·민주·공화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탈북자를 북송하고 경제적 자유 개념도 제대로 없습니다. 부동산 대책을 보면 무지막지합니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대출을 못하게 한 것은 재산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겁니다. 이게 과연 헌법적 가치에 맞는지 따질 지력이 없거나 아예 헌법 가치를 지킬 생각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동반자로 인식해야 하는데 적폐 청산을 내걸어 상대를 적으로 몰았습니다. 검찰 인사를 비롯해 권력을 얼마나 자의적으로 남용하고 있습니까. 헌정 체제 자체를 흔드는 겁니다. 또 대통령은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국정의 화살이 모두 빗나가고 있습니다. 외교·안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습니다. 시장의 활력을 살려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야 하는데 투자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는 촛불 시위에서 나왔던 얘기는 다 정의라고 하는 반면 조국 사태로 우파가 광장에 나온 것에 대해선 일절 평가를 안 합니다. 광장도 진영 프레임에 빠져 있습니다. 위선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혁통위 구성이 발표된 뒤 통합에 대해 국민의 열망이 뜨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통합 관련 범위를 놓고 이견이 큽니다.

“통합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통합 신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과제에 대해 동의할 수 있는 세력은 보수든 중도든 정당이든 개인이든 다 참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보수당은 효율적인 논의를 내세워 자유한국당과 협의체를 만들어 일대일 협상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혁통위 활동과 혼선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이 때문에 새보수당은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통합만 된다면 사퇴가 아니라 뒤주에도 들어갈 각오가 돼 있어요. 어떤 요구도 할 수 있지만 혁통위는 뚜벅뚜벅 갈 겁니다.”

-새보수당이 혁통위에 부정적인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정치라는 게 작은 세력은 걱정이 더 많습니다. 큰 세력은 치고 나가면 되는데 작은 세력은 자신들이 추구해 왔던 것들을 접어야 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죠.”

-새보수당 내부에서도 통합에 대한 이견이 큰 것 같습니다. 유승민 의원의 생각은 뭡니까.

“유 의원을 만나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긴 했는데 통합에 대해 유 의원을 완벽하게 설득하지는 못했어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통합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안 전 대표 개인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안 전 대표가 통합 논의에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통합의 성공 여부가 안 전 대표의 참여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안 전 대표와 정치를 함께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통합에 대해) 안 전 대표와 생각을 같이하는 분도 있지만 통합 신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안 전 대표는 이미 독자 신당을 해봤고 실패로 끝났습니다. 지금 정치 환경에서 독자 세력이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공화당도 통합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까.

“우리공화당은 처음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 있는 쪽과는 통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잖아요. 우리공화당도 혁통위가 제시한 ‘탄핵 문제가 총선 승리에 장애물이 돼선 안 된다’는 것 등 6가지 원칙에 동의하면 얼마든지 통합 신당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공화당이 뜻을 접기는 힘들 것 같고 황교안 대표가 거론한 순차적 통합도 가능하다고 봅니까.

“얼마든지 가능하죠. 또 통합이 안 되면 선거 연대 전술도 있습니다. 통합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큽니다. 보수와 중도가 쪼개져 자기 이익만 주장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대의를 위해 하나 되는 감동을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겁니다.”

-한국당 내 일부 친박근혜계도 탄핵 책임론을 주장하며 통합 논의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발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친박계 핵심 인사들을 만나보면 통합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지금 당내에 과거와 같이 조직화된 친박 세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통합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지도 체제와 지분 문제는 어떻게 정리해야 합니까.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혁통위에서 기본 원칙을 정할 수 있지만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세부적인 것까지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내가 한마디하면 시끄러워지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통합 신당 창당 목표는 언제로 잡고 있습니까.

“2월 중순으로 잡고 있습니다.”

-통합 3원칙으로 혁신·확장·미래를 내세운 이유는 뭡니까.

“국민이 바라는 혁신은 가치·노선·정책들이 제대로 정립돼 문제 해결의 정치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국민은 보수 정당들이 추상적인 자기 원칙을 갖고 있지만 미덥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수호하라는 게 국민의 요구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의 먹거리 문제, 삶의 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통합 신당이 돼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내야 합니다. 선거에서는 중원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중원 장악의 상징성을 확보하는 게 통합 신당의 핵심입니다. 정권 심판론이 제대로 먹힐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세력·개인을 더 확장적으로 해야 합니다. 미래를 내세운 것은 기존 보수 정당들이 너무 나이 많은 사람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젊은 세대들을 정치권에 많이 진출시키자는 겁니다. 또 대한민국이 장기 침체로 가지 않고 새로운 도약의 길로 가는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뜻에서도 미래를 내세웠습니다.”

-신당이 추구하는 이념은 뭡니까.

“두 가지입니다. 우선 헌법의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자는 겁니다. 추상적인 헌법 의 가치가 아니라 내면화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미래로 가자는 겁니다. 대한민국이 지금 무엇 때문에 위기에 처해 있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혁통위에서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 전략 부분만은 해보려고 합니다. 21대 국회에서 꼭 해야 할 과제죠. 또 보수가 자기 가치에 충실한 매력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합니다. 과거 한국의 보수는 국가주의·권위주의적 모습이 불가피하게 많았습니다. 지난 70년 동안 한국의 경제 발전, 국가 발전 모델이라는 체제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는데 지금 보수주의 가치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시기가 됐어요. 보수 속에 남아 있는 이런 국가주의와 권위주의의 모습, 왜곡된 집단주의에서 올 수 있는 것들을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젊은이들은 훨씬 자유의 가치에 익숙한 세대예요. 보수의 기본인 자유와 개인주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세대입니다. 그 세대들이 자유와 개인주의를 제일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 보수를 싫어한다는 것은 역설입니다. 보수가 가졌던 이념이나 가치가 잘못됐다기보다 그걸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시대에 맞게 구현하는 데 실패한 때문입니다. 보수는 문화적인 개방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약하거든요. 문화 영역에 진보가 많은데 그들은 개방적인 것처럼 느껴지죠. 실제로는 굉장히 집단주의적인 가치관, 국가주의적 요소들이 많고 비개인적인 요소가 많은데 문화적으로는 진보 쪽이 진취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것처럼 보이고 보수는 퇴행적이고 폐쇄적인 것처럼 보여요. 이걸 극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언어, 행동 양식이 구현되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그래서 정당도 교육 기능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겠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념적 간극이 존재합니다. 이념 차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합치기만 하면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념적 차이는 크지 않다고 봅니다. 보수 쪽에서도 조심해야 할 게 ‘도그마티즘’입니다. 공화주의를 얘기했더니 공동체주의, 심지어 사회주의와 비슷하다고 비판합니다. 시장과 사회를 구분하지 못해서 그래요. 시장은 합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지만 시장도 사회 기반이 없으면 안 됩니다. 사회적인 관계를 이루는 사람들이 어떻게 더불어 잘살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헌법에 있는 민주공화국의 공화국은 국가 단위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함께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겁니다. 공화국이란 말 속엔 국민이 준 권력을 자의적으로 남용하지 않고 균형 있게 운용해야 한다는 원칙들이 들어 있어요.”

-선거철만 되면 이합집산하고 당명을 바꿔 신장개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치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변하지 않는 것보다 변하는 게 낫습니다. 문제가 있는 상태로 유지할 수는 없죠. 물론 보수가 자기 개혁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충분하면 통합과 같은 일을 안 해도 되죠. 변화를 꾀하지 않고 총선에서 이대로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갔다가 과연 이길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자신을 못합니다. 이번에는 탄핵 사태의 그늘이 깊고 그 충격 때문에 보수가 지리멸렬됐기 때문에 그 문제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으려면 새로운 방향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20대 총선 때 한국당이 친박-비박 간 극심한 공천 갈등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통합 신당이 출범한다면 공천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공천심사위원회를 균형 있게 구성하고 공천 방식도 일방적으로 내려찍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계파·밀실·보스 공천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 약력

1960년 부산 출생.
대일고, 고려대 사회학과·대학원 졸업.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제 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
한나라당 대변인.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사회특보.
국회 사무총장.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