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회 연설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선 한국 정부가 청구권협정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양국 관계가 경색된 원인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있다는 취지다.

아베 총리는 20일 개원한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은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가와 국가 사이 약속을 지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18년 10월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위자료 배상 판결이 나온 뒤부터 한일청구권협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서 배상 청구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일본 기업들이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논리다. 앞서 지난해 10월 소신표명 연설에서도 아베 총리는 "국제법에 따라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총리는 청구권협정에 따른 해결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이날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양구의 최대 과제인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를 한국 측 책임으로 제시하도록 지속적으로 강력히 요청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당국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일부 징용 피해자들을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로 부르는 건 강제 동원성을 부인하기 위해서다.

아베 총리가 청구권협정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 원칙을 새삼 강조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이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다만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무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선 긍적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다시 강조했다. 일본과 북한은 2002년 9월 평양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나 일본인 납북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이 납북 문제 해결한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올해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돌아온 납북 일본인 외에도 아직 귀환하지 못한 나머지 일본인들을 귀환시키는 게 정책 과제다. 그러나 북한은 더 이상 해결할 게 없다고 맞서는 중이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국교정상화 등 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지난해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입장을 바꿔 김정은 위원장에게 무조건 만나자고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한국과 중국이 도와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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