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적 재산권 보호나 공평한 투자 조약 체결과 같은 핵심 사안에 대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합의는 첫 걸음입니다. 첫 단계에선 상대적으로 풀기 쉬운 문제들부터 접근하는 법이죠. ”

▷보다 진전된 합의도 이룰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지만 낙관적(cautiously optimistic)으로 봅니다. 이번 협상에 관여한 미국 정부의 나의 친구들은 여러 분야에서 중국 측이 크게 양보했다고 전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은 전반적인 합의에 더 가까워졌다(closer to an overall agreement)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중국 뿐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보호무역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역 활동이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자유 무역 시스템’을 믿습니다. 제가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나 값이 이미 많이 오를 대로 오른 렉서스를 타지 않고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를 탈 수 있는 게 자유무역 시스템 덕분입니다. ”

▷트럼프 정부도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미국도 예전의 자유무역 체제로 복귀해야 합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동등하게 교역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뿐 아니라 멕시코, 캐나다, 일본과 맺은 협정도 다시 고치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과거처럼 이득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

▷올해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연례총회에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정치인들이 사회주의를 매력적인 이념으로 포장해 젊은이들에게 설파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정말 훌륭한 이념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지난 수 백년동안 사회주의를 실험하고 실패한 역사는 전혀 얘기하지 않습니다. 소련, 중국, 동유럽, 쿠바 등 사회주의를 실험한 그 어떤 국가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불행히도 교육 시스템이 이런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스탠퍼드 대학에서 공부하는 수 천여명의 학생들 중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 이전에 태어난 학생이 있나요? 자유주의 시장 경제가 승리해 온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하지만 역사 공부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돈벌이’가 안되기 때문이죠.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인문과학 대신 소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이 대세죠. 역사를 가르칠 방법을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한국에선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집값은 정부가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수 백만달러에 달하는 집값을 감당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살거냐, 쾌적하고 넓은 집에서 몇 시간씩 출퇴근하면서 살거냐를 선택하는 문제입니다. 가장 알기 쉬운 사례는 홍콩입니다. 홍콩은 정부가 주택 시장 전반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홍콩의 집값이 떨어졌나요. ”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정부 규제를 풀면 많은 집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훨씬 효과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

▷미국의 정치 상황이 궁금합니다. 미국 하원이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을 상원으로 보냈습니다.

“미국인들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에서 탄핵되지 않을 겁니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아요. 그래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핑계를 대죠. ”

▷올해 11월 대선은 어떻게 보나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년간 경제와 외교 정책 분야에서 과거 어떤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2016년보다 더 큰 표차(with a wider margin )로 승리할 거에요. ”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누가 될까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전히 유력하다고 봅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정치적으로 민주당 주류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돈만 쓰고 있구요. 트럼프와 바이든이 대선에서 논쟁하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웃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일한 걱정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동정표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사실 민주당에도 매우 위협적인(very formidable) 후보가 있긴 합니다.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은 민주당 경선 토론 과정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직 지지율은 낮아도 중도 성향에 생각이 깊고 정치적 이슈의 핵심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나요.

“4년 후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겁니다. ”

▷한국 정부가 추진하려는 대북 개별 관광에 대해 미국 정부는 부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세부 방안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과 북이 서로 소통하는 것만큼 북한에 대한 압력도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정은 위원장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도 유지될까요.

“사견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지도자로 계속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regime change)를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소련, 독일, 동유럽 역사를 보세요. 하룻밤 사이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란만 해도 불과 2주일 전까지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대북 제재의 공조를 강조하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여당, 정부, 청와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오늘자 뉴욕 타임즈 신문에서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한국 국민의 분노를 키운다’는 기사를 읽고 사실 많이 놀랐어요. 해리스 대사가 하와이의 진주만에서 군인으로 복역했던 시절부터 그를 알아왔지만 일본인 어머니가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 알았습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인입니다. 주한 미국 대사로서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어요. 미국 정부의 요구하는 50억달러의 방위비를 낮추기 위한 양국의 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한국의 우군이 될 수 있는) 해리스 대사를 콧수염으로 공격하는 게 한국 국익에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요. ”

▷그렇다면 한국은 대북 정책 방향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게 했던 말을 들려줄게요. 1998년 김 전 대통령이 UN(국제연합)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왔을 때 저를 포함해 예닐곱명을 저녁 만찬에 초청했어요.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매우 기나긴 여정의 한발짝 걸음(a small step on a very long road)을 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긴 여행 길에선 한발짝 나갈 때가 있으면 반발짝 후퇴할 때도 있습니다. 한번에 한걸음씩 나가야 해요. 문 대통령의 참모들이 김 전 대통령에 비해 더 서두르는 것처럼 보여서 다소 걱정스럽습니다. ”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도 교착 국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도 아직 합의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어떤 미국 정부도 하지 못했던 일을 했습니다. 정상회담이 없었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도 개인적인 친분을 나누고 있어요.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정치적 성향도 크게 다르잖아요. 개인적인 신뢰는 한미 관계에서도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

▷문 대통령에게 하실 조언이 있으면.

“5000만명의 국민들을 믿어야 합니다. 모든 문제를 정부가 풀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새로운 걸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기업과 시민단체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서로 분열되고 뒤로 물러나 정부에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사회는 미래가 밝지 않습니다.

스탠퍼드=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