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들어 양적 지표→질적 지표 중시"
북한, 경제성과 측정에 GDP 배제 움직임…"주체화율 고려해야"
북한 학계에서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생산(GNP) 등이 국가 경제성과를 측정하는데 부적절한 평가 기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양적 지표가 나라의 경제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다.

1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최신호(2019년 10월 30일 발행)에는 이런 내용의 논문 '국제경제력과 그 평가'가 실렸다.

저자인 림광남 교수는 논문에서 "지금까지 나라의 경제력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국민부의 규모, 외화보유량이나 금융자원량, 국내총생산액, 국민소득 등과 같은 지표들을 평가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총량지표들은 국내에서 외국 기업들의 변동이나 무역활동에서의 변동 영향을 받아 일정한 시기에 그 크기가 변동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개별적인 지표들은 실제적인 경제력을 반영하는 데서 일정한 제한성이 있다"며 "개별적 지표들의 값이 크거나 작다고 하여 경제력이 강하거나 약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일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림 교수는 국가경제력의 종합적 평가방법으로 ▲ 인구 1인당 총생산액 ▲ 첨단설비장비도 ▲ 주체화율 ▲ 고정재산장비도 ▲ 인구 10만명당 과학자·기술자 수를 이용하자고 제안했다.

주체화율과 관련해선 "무엇보다 먼저 국가경제력은 자립성과 주체성 정도에 의해 평가할 수 있다"고 무게를 둬 설명했다.

그는 "경제력의 자립성은 다른 나라에 예속됨이 없이 제 발로 걸어 나가는 정도를 반영한다면, 경제력의 주체성은 주로 자기 나라 실정, 특히 자기 나라의 자원에 의거하여 발전하고 있는 정도를 집중적으로 반영한다"고 해설했다.

첨단설비장비도에 대해선 "첨단기술을 기술적 기초로 하는 경제력은 단순한 과학기술이 아니라 정보기술·나노기술·생물공학과 같은 첨단기술을 과학기술적 기초로 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가경제력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평가방법론을 확립함으로써 나라의 경제력을 강화해나갈 데 대한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관철하는 데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두 지표를 강조한 것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 압박을 주체적인 기술로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이 과학기술 국산화 등 질적 지표를 중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등이 '환경'과 '국민건강'에 우선순위를 둬 예산안을 짜고, 한국 정부도 삶의 질 지표 개발에 힘쓰는 등 GDP 일변도에서 탈피하려는 세계적인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에는 성과를 측정할 때 양적 지표를 중시했지만, 이제는 질 향상을 염두에 두는 것이 일관된 정책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현재 대외에 GDP 등 경제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매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발표하지만 이는 자료수집 한계 상 남한의 가격, 부가가치율 등을 적용해 북한의 경제지표를 산출한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 경제력 비교나 향후 남북 경제통합에 대비한 소요 비용 산출에는 유용하더라도 이를 다른 나라 지표와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