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미 대사/사진=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미 대사/사진=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발언 논란에 휩싸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신뢰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는 국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한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대사를 크게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8일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해리스 대사가 문제를 제기했던 한국 정부의 금강산 개별관광에 대해서는 "미국은 한국, 일본이나 그 누구든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비핵화)을 실제 이행하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항상 환영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안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진행 중인 협상과 관련이 있어 개별 사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우호적인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은 올해 이런 합의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 협력 구상에 대해 향후 제재 가능성을 운운하며 미국과 먼저 협의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사가 주재국 정상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된다"며 "개별 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사항에 저촉되지 않으며, 남북 협력과 민간 교류 확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여당에서도 해리스 대사의 언행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제재의 잣대를 들이댄 데 대해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개별 관광은 제재 대상도 아니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해리스 대사는 본인의 발언이 주권국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오해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깊은 성찰을 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리스 대사는 자신이 비판받는 이유에 대해 "내 인종적 배경, 특히 내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언론,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비판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주일 미군이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에서 태어났다. 이후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으로 재직하다가 2018년 7월 주한 미 대사로 부임했다.

이에 영국 BBC는 17일(현지시간) "일부 한국인에게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은) 일제 강점기의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했고, 최근 한미가 갈등일 빚고 있는 방위비 부담과 관련해 "해리스 대사는 이전에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면서 긴장을 조성했었다"며 "그러나 그는 그의 혈통에서 비판이 비롯됐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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