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조국이 겪은 고초, 법 어겼으니 당연"
"지방대 교수도 공과 사 구별 필요"
사실상 문 대통령 지지 철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들을 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화국을 의미하는 '리퍼블릭'(republic)은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에서 유래한다"면서 "한 마디로 공화국이란 국정이 '공적 사안'으로 행해지는 나라라는 뜻이다. 지난 번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이 뜨악해 했던 것은, 대통령의 발언이 이 공화국의 이념을 훼손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사실 이는 문재인이라는 분이 과연 대통령이라는 '공직'을 맡기에 과연 적합한 분이었는가 하는 근본적 회의를 갖게 한다"면서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고 말했다. 이는 절대로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조 전 장관이 겪었다는 '고초'는 법을 어긴 자들에게 당연히 따르는 대가로, 그만이 아니라 법을 어긴 모든 이들이 마땅히 치러야 할 고초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을 어긴 이가 대가를 치렀는데, 국민들이 왜 그에게 '마음의 빚'을 져야 하나? 빚은 외려 그가 국민에게 진 거다"며 "공화국의 통치는 '공적 사안'이어야 한다. 공식석상에서 그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하는 순간 대통령은 공적 사안(res publica)이어야 할 공화국의 업무를 사적 사안(res privata)으로 전락시켜 버린 거다"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하다못해 지방대에서 교수질 제대로 하는 데에도 공과 사의 구별은 필요합디다"라며 "그런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 공과 사를 분별하지 못한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번 청와대의 논평 기억나실 거다. 가족 혐의가 20개가 넘고, 본인 혐의가 11개인데, 그게 '궁색하다'고 하더라. 어떻게 청와대에서 범죄 혐의자를 옹호하기 위해 헌법기관의 업무를 폄훼하나? 이 실성한 청와대 논평이 실무자의 실수가 아니라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한다는 충격적 사실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친구의 불법에는 '마음의 빚'을 느낀다는 대통령이 그 불법을 적발한 검찰의 행의는 '초법적'이라 부른다. 공적 업무여야 할 국정을 완전히 사적 업무로 전락시킨 거다. 이는 친구의 자세일지는 몰라도(꼭 그런 것도 아니지만), 결코 좋은 대통령의 자세는 아니다"며 "그는 국민의 대표자가 아니라, 자기 관리에 실패한 어느 위선자의 친구, 그 친구가 속한 계파(PK친문)의 이익의 대변인으로 발언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분의 윤리의식과 판단능력이 과연 공직을 맡기에 적합한가?, 근본적 회의를 갖게 되는 거다"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경고하는데 이건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정부도, 여당도, 지지자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제가 보기에 청와대의 운영은 이미 공적 업무(res publica)에서 PK 친문의 이권을 보호해주고 그들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사적 업무(res privata)로 전락했다"고 했다.

한편 진 전 교수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물론 많이 실망했지만 저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 반대편에 있는 자유한국당을 보면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했었다. 이번 글로 사실상 진 전 교수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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