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얽매이지 않고 남북한 협력사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북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정부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연쇄적으로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는 북·미, 남북 대화가 서로 보완하면서 선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북·미 대화가 지금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남북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서로 대화해 북한의 인게이지먼트(관여) 모멘텀을 계속 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로선 그간 남북 간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고 그중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있고, 제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예외인정을 받아 할 수 있는 그런 사업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눴다”며 “미국도 우리의 의지라든가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 장관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협력 구상과 관련해 “북한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등 ‘예외인정 사업들’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전날 “정부는 북·미 관계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5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대북 제재 틀 안에서 어떻게 북한과의 대화를 촉진할지가 한·미 관심사”라며 “북·미 대화 교착 상태를 타개할 방법을 미 행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