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5일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예정입니다. 합의 소식은 이미 뉴욕 증시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월가의 관심은 86페이지 분량의 합의서 내용에 쏠리고 있습니다. 합의서는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농산물, 금융 서비스, 환율 등을 포함한 9개 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월가의 한 자산운용역은 "이번 합의로 중국의 금융 시장이 정말 개방될 것으로 본다"며 "월가는 금융서비스 챕터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45조달러 규모의 자국 금융시장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해외 금융사가 금융사를 세울 때는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을 하도록 강제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외국 기업들은 이달부터 100% 지분을 소유한 보험과 선물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됐습니다. 또 오는 4월부터는 지분 100%를 보유한 뮤추얼펀드 면허를 신청할 수 있게됩니다. JP모간은 최근 최고층 빌딩인 상하이타워의 사무공간을 2만㎡로 종전보다 5000㎡ 확대하는 등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에 따르면 해외 금융사들은 향후 몇 년간 7조~8조위안의 자금을 중국에 들여와 운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화로 1조달러가 넘는 거대한 돈입니다.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은 미중 양국의 이해타산이 맞아들어간 결과입니다. 중국은 해외자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경제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미중 분쟁으로 해외 자금이 이탈하고 있습니다. 부실채권은 누적되고 자체적 부양책을 취하고 있지만, 효과는 점점 미약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해외 자금이 들어가면서 위안화 가치 절상, 그리고 달러화 가치 절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실제 1단계 무역 합의가 구체화되면서 최근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6.9위안 선을 뚫고 내려왔습니다. 이렇게되면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를 개선할 수 있으며,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노래해오던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월가 관계자는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하나 더 갖게된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습니다. 해외 자본은 '양날의 칼'입니다. 유입될 때는 경제에 활력을 주지만,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했다가, 1997년 말 외환위기에 휘말린 것처럼 위기가 발생할 수 있지요.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해외 자금을 중국내로 들여오는 건 자유지만, 돈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데 대해선 매우 어렵게 규제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해외 금융사들의 퇴로가 확보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이번 1단계 합의에 환율 조작 방지 협정까지 넣어서 해외 자금 이탈로 인해 환율 불안이 발생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환시장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게끔 해놓았습니다.중국도 이번 합의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과 화해해야할 필요성, 그리고 해외자본 유치 필요성이 그 이상으로 커진 상황입니다. 월가는 공개될 미중 1단계 합의의 금융서비스 챕터의 세부 조항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을 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외신, 환율보고서 발표 임박 보도…해제시 미중 무역갈등 속 지정 후 5개월여만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곧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보도가 맞는다면 작년 8월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한 이후 5개월여만에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 서명에 맞춰 해제되는 것이다.발표가 늦어져 온 반기 환율보고서에는 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잔류할지 여부도 포함될 예정이라 주목된다.통신은 이날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재무부가 곧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할 것이라고 전했다.통신은 보고서 발표가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마무리에 따라 연기돼 온 것이라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가 미중의 금주 무역합의에 있어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폭스 비즈니스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재무부가 1단계 무역합의 서명에 앞서 환율보고서 배포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전했다.그러면서 공식 발표가 이르면 이날 이뤄지거나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예정된 15일 이전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재무부는 이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트럼프 행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유지하는 대신 올해 8월 해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니터링을 계속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소식통들은 작년 8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라 중국 당국 차원에서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미 재무부는 작년 8월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작년 5월 나온 반기 보고서까지는 중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해오다 환율조작국 카드를 전격 꺼내든 것으로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환율 저평가 및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한다.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등 구체적 제재 조치에 나설 수 있다.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0월 미중 간 무역협상에 부분적 합의가 있었다면서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철회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혀 해제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에는 한국의 관찰대상국 명단 잔류 여부도 포함될 예정이다.재무부는 작년 5월 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는 명단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11월을 전후해 환율보고서가 발표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10월 방미 당시 므누신 장관과 면담한 뒤 취재진에 "희망사항은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번에 제외되는 건 결코 쉬운 건 아닐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관찰대상국은 환율조작국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미국이 계속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지정한다./연합뉴스
반중(反中)을 기치로 내걸고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사진 왼쪽)이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차이 총통은 특히 미국과 협력을 통해 자주국방 능력을 키우기로 해 미국산 무기를 추가로 구입할 것임을 시사했다.1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선거 다음날인 12일 윌리엄 크리스턴슨 미국재대협회(AIT) 대만사무처 처장(오른쪽)을 만나 미국 지지에 대한 감사 뜻을 전달했다. 대만과 미국은 공식 수교 관계가 아니어서 AIT가 비자 발급, 자국민 보호 등 사실상 대사관 역할을 한다. 크리스턴슨 처장은 미국 국무부 소속 외교관이다.AP통신은 이번 만남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차이 총통 의도에 미국이 화답해 성사된 것으로 분석했다. 차이 총통은 11일 치러진 대선에서 57.1%를 득표하며 재신임받았다.차이 총통은 크리스턴슨 처장에게 “이번 선거에서 대만인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여줬다”며 “민주주의와 자유는 미국과 대만 간 장기적 관계의 중요한 토대”라고 말했다. 또 “양국 간 협력을 통해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차이 총통은 이어 “경제 측면에서도 상호 무역을 늘리고 양국 간 가치사슬을 확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줄여 중국의 경제 제재 강화에 대비하는 것도 차이 정부 정책 중 하나다. 크리스턴슨 처장은 “미국은 민주주의와 같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대만의 안전을 지원해 지역 평화를 증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차이 총통은 선거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만은 중국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중국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개입하자,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렸다.차이 정부는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첨단 무기를 대량 수입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다져가고 있다. 지난해 대만은 미국과 F-16V 전투기 및 최신형 전차 등 총 12조원어치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미국은 1992년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대만에 무기를 대규모로 수출하지 않았다. 미국이 무기 거래를 재개한 것 역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또 지난해 말 통과한 국방수권법에 대만해협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했다.차이 총통은 미국 대사급 접견에 이어 오하시 미쓰오 일본대만교류협회 회장 예방을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도발하지도 않으면서 양안 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은 외교와 관광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친구”라며 작년 일본인 관광객 200만 명 이상이 대만을 찾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