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정권을 향한 수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들을 사실상 모두 유배‧좌천시켰다. 이후 여권은 윤 총장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추 장관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인사 전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자 "제가 위반한 게 아니라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며 "검찰총장은 제3의 장소에서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오라는 관례에도 없는 있을 수 없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사실상 항명을 했다"고 논평을 내며 윤 총장을 공격했다.

정치권에선 여권이 윤 총장의 의견 청취 요청 거부를 사실상 '항명'으로 규정하고 윤 총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수순 밟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람들, 윤석열 총장도 마저 내보낼 모양"이라며 "'항명' 어쩌구하며 윤석열을 자를 명분을 쌓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이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지휘부가 모두 교체된 만큼 관련 수사가 사실상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아직 윤 총장 본인이 남아있기 때문에 승부를 예측하긴 이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 총장은 이번 인사에도 불구하고 자진 사퇴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우선 윤 총장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직접 지휘하는 방식으로 현 정권 수사를 계속할 수도 있다. 물론 또다시 법무부가 검사 파견을 반대하는 등 인사권으로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지만 여권도 비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한 대검 측 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총장 혼자만 있어도 지금 진행 중인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증거를 확보했고 수사할 검사는 많다"고 했다.

검찰은 좌천인사 다음날 보란 듯이 여권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겨냥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 총장 본인을 내보내지 않는 한 청와대와 여권을 향한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여권이 무리해서라도 윤 총장 본인을 내보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정권의 뒷조사로 혼외자 문제가 밝혀져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