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이어 '검경 상호협력 관계로 재편' 수사권 조정법 다음주 처리
검경 수사권 조정법은 합의 처리도 타진…민주 "최종협의 될 가능성 높아보여"
경찰개혁·법원개혁 입법은 숙제로 남아…유치원 3법도 처리 추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수순…한국당 필리버스터 없이 형소법 상정
9일 국회 본회의에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검찰개혁법 처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검찰개혁법의 '두 축'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중 공수처법은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지난해 12월 3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이날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에 형소법 개정안(민주당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을 상정했다.

공수처법 상정 및 표결 과정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격하게 반발했던 한국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법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았다.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게 한국당의 설명이지만, 여야 양측의 말을 종합하면 사실상 양당의 물밑 교감 속에 이뤄진 조치다.

실제 이날 본회의 도중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본회의장에서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법 필리버스터 철회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이어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의 경우 공수처법에 비해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고, 처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주목도가 떨어지는 필리버스터를 해봐야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추가 협상에 나서기 위해 이날 형소법 개정안을 상정만 하고 표결은 13일에 하기로 했다.

한국당과의 협상이 잘 된다면 합의 처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에게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협상을 조금 해보려고 13일에 표결하는 것"이라며 "아직 최종협의는 안 됐지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13일 형소법 개정안 처리 후 같은 날 검찰청법 개정안(대안신당 유성엽 의원 대표발의)과 유치원 3법까지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돼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까지 완료되면 다음 주 중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모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수순…한국당 필리버스터 없이 형소법 상정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경찰의 1차 수사 재량권을 대폭 늘리고,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권한을 줄여 검찰과 경찰을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형소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도록 했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 부패 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제한했다.

경찰의 권한을 키우는 대신 보완책으로는 검찰의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방안을 담았다.

검찰은 기소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권,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 등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사건 송치 및 시정조치, 징계 요구권 등 통제 장치를 갖는다.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유지하되, 고등검찰청에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를 둬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이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경찰 수사 당시의 피의자 신문조서보다 증거 능력을 높게 인정받았던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방안도 담겼다.

공수처 설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고강도 검찰 간부 인사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까지 처리되면 문재인 정부 최대 숙원인 검찰개혁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한 경찰개혁법 입법은 숙제로 남아있다.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신설, 정보 경찰의 불법사찰 방지 등을 골자로 하는 경찰개혁법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에 계류돼 있다.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합의제 사법행정 심의·의결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 도입, 법원행정처 폐지 등 법원 개혁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처리도 추가 과제다.

한편, 민주당은 선거법·검찰개혁법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마무리한 뒤 유치원 3법 처리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유치원 3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선거법, 검찰개혁법과 달리 유치원 3법은 '4+1' 협의체에서 공조 여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어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수순…한국당 필리버스터 없이 형소법 상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