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야당 복을 타고 나서 촛불 덕에 거저 집권하고 야당 덕에 거저 통치하고. 지금 상태로라면 정말로 한 20년은 권세를 누리겠네요. 하지만 그럼 뭐 합니까? 이미 '실패한 정권'인 것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해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및 청와대 하명수사를 지휘하던 대검 참모진이 모두 ‘물갈이’되자 "미친 세상"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감정 에너지 소비할 것 없다. 그냥 세상을 관조하는 마음으로, 저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를 내자"면서 이같이 말했다.

진 교수는 "우리에게는 한 장의 표가 있다"면서 "그 표를 어디에 던질지는 각자 알아서들 하되, 다만 한 가지 절대로 쟤들(더불어민주당)한테 주지는 말자. 촛불사기 민주당만 안 찍으면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9일에도 "자유한국당 몰아낸다고 적폐가 사라지는 거 아니다. 그 자리에 바로 민주당 적폐가 자리잡는다"면서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적폐의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옛날엔 잘못하면 미안해 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잘못한 놈은 떳떳하고, 떳떳한 놈이 미안해 해야 한다"면서 "조국 사태 이후,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한다. 이 부조리극은 문재인 대통령의 창작물이다"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앞선 글에서 "민주당은 '그렇다고 너희들이 한국당 찍을 거냐?'고 하겠지만 한국당 안 찍어도 민주당 보이코트 하는 것만으로도 박빙 지역에선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선거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한 장의 표로 우리가 매우 화가 났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도 못 하면 정말 바보다. 누가 되든 신경쓰지 말라. 어차피 똑같은 짓 하는 것 보지 않았나"라고 자조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의당 당원이었던 진 교수는 조국 사태 당시 정의당이 조국 임명에 찬성한다고 하자 탈당계를 냈다. 그는 조 전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의혹, 서울대 인턴 경력 등과 관련해서도 “서울대 인턴, 제1저자 누구나 할 수 있느냐. 하지도 않은 인턴을 했다고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냐”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법무부는 대검검사급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이원석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전보조치됐다.

윤 총장의 수족과도 같았던 대검 참모진이 모두 ‘물갈이’되자 일각에서는 '유배 수준', '1.8 대학살'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박근혜 정권 당시 윗사람 눈치보지 않고 소신있게 수사하다 좌천을 겪었던 윤 총장에게 "(권력 눈치 보지말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지만 추 장관을 만나 이같은 인사를 재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