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北에 공동입장·단일팀 제안…北도 정세 보며 호응 여부 저울질할 듯
연초 위기국면 넘기고 트럼프 재선 확실시되면 北도 국면 전환 도모 가능성
평창의 추억…도쿄올림픽서 '한반도의 봄' 2라운드 가능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북한과의 도쿄올림픽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 도쿄올림픽이 냉랭해진 한반도의 분위기를 녹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개월 뒤 열리는 도쿄올림픽 때의 상황을 전망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하리라 기대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8∼31일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를 전하면서도 남북관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등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측과의 협력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충격적 실제 행동'에 나서겠다며 새로운 전략무기의 도발을 예고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험악해질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데도 외교가에서는 도쿄올림픽(7월 24∼8월 9일)이 2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처럼 '한반도의 봄'을 불러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없지 않다.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대응으로 위기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큰 연초를 잘 넘긴다면 여름에는 국면 전환의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대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고강도 도발로 미국과의 협상테이블을 완전히 걷어차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평창의 추억…도쿄올림픽서 '한반도의 봄' 2라운드 가능할까
특히 미국의 대선 판도가 여름에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점도 도쿄올림픽을 주시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보니 미국과의 협상에 소극적이라는 관측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은 오는 7월 중순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며, 공화당은 8월 말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뽑는다.

7월 말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전후해서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정해지는 것으로, 대선 판도도 상당히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 미국과 협상에 다시 나서기 전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등을 통해 정세를 부드럽게 만들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2년 전과 달리 남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굳이 공동입장 등을 통해 남한에 먼저 손을 내밀려 하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미국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변수다.

한미는 통상 매년 3월과 8월에 연합훈련을 진행해 왔는데, 북한이 예고한 전략무기 도발의 수위에 따라 연합훈련의 규모 등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내세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면서 한반도의 분위기가 대화 모드로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던 만큼 이번에도 도쿄 올림픽이 이런 환경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올해 군사연습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정세가 유동적일 것"이라며 "올림픽 휴전 개념을 도입해 평창동계올림픽 때 군사연습을 조정했던 것처럼 도쿄올림픽 때도 동아시아의 평화 개념으로 접근해 군사연습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