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간 낡은 경쟁·반목 벗어나 협력 거버넌스 구축 추진"

"행정구역은 말 그대로 행정 편의상 그어놓은 경계일 뿐입니다.

주민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더 편하고 살기 좋으면 그만입니다"
[발언대] 송기섭 진천군수 "공유도시는 상생·공존의 롤 모델"
진천·음성·괴산·증평 등 충북 중부 4개 군이 추진하는 공유 도시를 주창한 송기섭 진천군수는 6일 지방자치단체 간 자원의 공유와 협력이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송 군수는 소방복합치유센터 유치전이 치열했던 2018년 7월 돌연 소방복합치유센터 후보지를 음성군에 양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충북도와 11개 시군이 충북 혁신도시 내에 유치하는 것에는 뜻을 모았지만, 행정구역상 어느 곳으로 하느냐를 놓고 진천군 덕산면(지난해 7월 읍으로 승격)과 음성군 맹동면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때였다.

당시 송 군수는 "인접해 있는 형제 도시 음성군과 경쟁하는 건 소모적이며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부 4군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으면 된다"고 포기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전국에서 강력한 경쟁 도시들이 유치전에 뛰어든 마당에 충북 혁신도시에 유치할 수 있다면 굳이 진천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음성에 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송 군수의 '통 큰' 양보는 결실을 거뒀다.

충북도와 11개 시·군, 시민단체는 음성 혁신도시 유치에 올인할 수 있었다.

결국 수도권 도시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충북 혁신도시가 소방복합치유센터를 품었다.

자치단체장들이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고 반목하는 것에 익숙했던 충북도민들에게 송 군수의 당시 행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소방복합치유센터 유치 성공은 충북 중부 4개 군 군수들이 공유 도시 추진에 나선 동력이 됐다.

[발언대] 송기섭 진천군수 "공유도시는 상생·공존의 롤 모델"
송 군수는 지난해 3월 중부 4군의 공유 도시 추진을 제안했다.

인접한 지자체가 자원을 공유하고 사회기반시설(SOC)과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 함께 사용하자는 것이다.

국책 사업과 정부 지원 사업을 공동으로 유치, 공유할 수도 있다고 했다.

조병옥 음성군수, 홍성열 증평군수, 이차영 괴산군수가 즉각 호응했다.

이들은 송 군수 제안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 만나 공유 도시 추진에 합의했고 지난해 10월에 다시 만나 10개 추진 사업까지 확정했다.

송 군수는 "예산은 늘 부족하고 해야 할 사업은 많은 데 지자체가 경쟁하듯 중복투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함께 지어 인접 지역 주민이 공유하면 예산을 줄이고 효과는 배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유도시는 개인, 기업, 기관, 공동체가 다양한 자원과 정보를 공유해 사회·경제적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패러다임이다.

기업 간 기술 공유, 오픈 플랫폼, 주민 편의를 위한 시설 개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4개 군은 공무원 인사 교류와 주민 공동 체육대회를 통해 공감대를 넓히고 공동 투자해 생활 SOC를 건립, 함께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환경 오염 문제에 공동 대처하는 방식으로 공유 도시 추진 사업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송 군수는 "국가 경쟁력 강화와 균형 발전을 위해 공유 도시 패러다임을 국가 차원으로 넓혀야 한다"며 "충북 중부 4군이 선도적으로 추진, 모범적인 성과물을 챙겨 확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 도시가 지방자치 발전의 롤 모델이라고 확신하는 송 군수는 공유 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과 SOC를 공동 추진하고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지자체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충북 중부 4군이 추진하는 공유 도시는 올해 일부 성과물이 구체화한다.

경계를 허물고 협력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이 실험이 지방자치의 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