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한 진천·음성·괴산·증평 4개군, 자원·인프라 공유 추진
SOC 공동투자해 공유, 단일 상품권 도입·주민 교육 문호 개방

지난해 10월 14일 송기섭 진천군수, 조병옥 음성군수, 홍성열 증평군수, 이차영 괴산군수 등 4명의 충북 기초자치단체장이 괴산에서 회동했다.

[톡톡 지방자치] 경쟁·갈등 접고 상생 길 찾는 충북 공유도시
충북에서 '중부 4군'이라 불리는 인접 4개 군(郡) 군수들의 이날 만남이 주목받았던 것은 용어조차 생경한 '공유 도시'를 화두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전면 부활한 1990년 이래 이웃한 자치단체장들은 끊임없이 경쟁했고 얼굴을 붉혔다.

법정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임기 중 치적을 쌓아야 다음 선거에서 주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자치단체장들은 흔히 비교 대상이 되는 이웃 지자체의 성과를 마냥 반기지 못한 게 현실이다.

비슷한 시설을 앞다퉈 짓고, 정부 지원 사업을 따내기 위해 혈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상생과 공영을 모색하자며 공유 도시를 추진을 위해 마련된 이들의 만남은 일회성 이벤트쯤으로 치부됐던 게 어쩌면 당연했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공유 도시는 그러나 구체적인 틀을 점차 갖춰가면서 이제는 지방자치의 새로운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주목을 함께 받고 있다.

중부 4군 군수들이 합의한 지 2개월 만에 적지 않은 실행 프로젝트가 마련됐다.

중부 4군에서 통용되는 단일 상품권 도입, 평생 교육네트워크 공동 운영, 4개 군 주민에게 휴양림 등 각 지자체 시설 이용료 할인, 인사 교류, 4개 군 주민체육대회 개최 등 10여개 사업이 이르면 올해부터 시행된다.

진천군은 지난해 말 공유 도시 추진 사업과 단체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공유 촉진 조례'를 제정, 공유 도시 실현에 힘을 실었다.

음성군은 공유 도시 취지를 살려 올해 음성 주민만 대상으로 했던 정보화 교육 문호를 4개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다.

음성군과 진천군은 충북 혁신도시에 들어설 복합커뮤니티센터와 육아종합지원센터를 나눠 맡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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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 맹동면과 진천군 덕산면에 조성된 혁신도시 내 주민뿐 아니라 진천과 음성 주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다.

재정 형편상 독자적으로 건립하기에 부담스러운 시설의 공동 건립도 모색하고 있다.

4개 군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광역 쓰레기 매립장이나 장애인 스포츠센터 등이 그것이다.

지역 특성에 맞게 특화 사업을 지원해주고 그 노하우를 다른 지자체에 전수하거나 함께 향유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농업이 발달한 괴산군의 유기농 사업을 지원하고 괴산군은 선진적 농법을 3개 군에 전수한다거나 대기업 투자 유치 실적이 좋은 진천과 음성은 증평과 괴산에 지자체 투자 유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4개 군의 공유 도시 추진은 냉정한 상황 인식에서 출발했다.

지방 소멸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재정과 자원,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각자도생을 외치며 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가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이들은 이미 2018년 전국적으로 치열하게 펼쳐졌던 경쟁에서 합심해 소방복합치유센터를 충북 혁신도시로 유치하며 공조의 힘을 확인했다.

300병상 규모에 21개 과목을 진료하는 매머드급 종합병원인 소방복합치유센터는 소방관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유치 경쟁 대신 협력을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한 덕에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는 충북 중부지역 주민들은 첨단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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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4개 군은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청소년 두드림 센터 유치 때도 힘을 합쳐 진천을 밀었고 결국 진천군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특별교부세 4억5천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접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공유 도시는 전국적으로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아직은 내세울 만한 구체적 성과물이 없는 걸음마 단계다.

그런데도 주목받는 이유는 공존과 번영을 위해 지자체들이 가야 할 방향을 선도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들 4명의 군수는 6일 "넉넉지 않은 재정, 부족한 인프라를 극복하고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경쟁과 대립이 아닌 공조"라며 "충북에서 싹을 틔운 공유 도시가 지방자치 발전의 롤 모델이라는 것을 입증시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