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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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종류의 사람입니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6년 아들의 시험을 대신 풀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물음을 남겼다.

2일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16년 10월31일 미국에 있는 아들 조모 씨(23)로부터 시험을 본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는 시험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가 같은해 11월1일 각각 문제를 나눠 풀었다. 조 씨는 카메라로 찍어 시험문제를 조 전 장관 부부에게 보냈고,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문제를 나눠 풀어 답안을 작성해 조 씨에게 보냈다. 그 결과 조 씨는 A학점을 받았다.

이같은 공소 내용이 공개되자 조 전 장관이 2016년 정유라 입시비리 관련 남겼던 소회가 재소환됐다.

2016년 11월18일. 조 전 장관은 트위터에 “경악한다”는 글을 올렸다. ‘경악한다’는 네 글자 밑에는 ‘이대 교수, 직접 정유라 수업 과제물까지 대신 만들어줘’라는 기사가 링크돼 있었다.

조 전 장관이 이 트윗을 올린 시기는 조 전 장관이 2016년 11월1일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다니는 아들의 시험문제를 대신 풀어준 뒤다.

조 전 장관은 아들의 시험문제를 대신 풀어준 이후 최순실 딸 정유라씨의 과제를 이대 교수가 대신해 줬다는 기사를 링크하며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이후에도 또 한 차례 아들 대신 시험을 봤다. 12월5일에 일어난 일이다.

이를 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를 놓고 ‘오픈북 시험인 만큼 어떤 자료든 참고할 수 있다’며 검찰의 기소가 깜찍했다고 말해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조국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정유라 입시비리 '경악'해 놓고 아들 대신 시험
진 교수는 유 이사장을 향해 “대리시험 의혹을 ‘오픈북 시험’이라고 표현하면서 대중들의 윤리를 마비시켰다”며 “대리시험을 허용하면 배우지 못한 부모 밑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몫을 잘난 부모를 가진 학생들이 가로채게 된다”고 고강도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저도 학교에서 오픈북 시험을 봤다”며 “하지만 이때 부모가 와서 시험을 대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검찰이 조 전 전 장관을 기소한 것을 두고 유 이사장이 조국 부부의 대리시험 의혹은 '오픈북 시험이었다'고 반격하자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풉, 오픈북 시험이래요. 이분, 개그 감각 무르익었네요. 변명이 참 앙증맞죠?"라고 적었다.

진 교수는 앞서 1일 자신이 아들과 지난 6월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개, 조 전 장관 자녀의 장학금 수령 문제를 에둘러 비판했다. 진 교수에 따르면, 그는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을 신청한다는 아들에게 "우리는 저소득층이 아니기에, 네가 장학금을 신청하는 건 건전한 인간 오성(五性)과 시민사회의 미덕에 배치된다고 느낀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면서 글 말미에 "공부 좀 못하면 어때요. 바르게 커야죠"라고 조 전 장관을 저격했다.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4.0' 창당준비위원장 또한 "유시민은 오픈북이 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오픈북은 시험을 볼 때 책이나 참고자료 등 다른 정보를 편하게 찾아서 답안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일 뿐 시험 자체는 '스스로' 봐야 하는 것이다"라면서 "부모들이 시험을 대신 본 셈인데 그런 게 오픈북이랑 무슨 상관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따위 궤변과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감히 국민들을 속이려 들다니, 국민들을 바보로 아나"라며 "유시민 씨는 제발 그 세치혀를 그만 놀리고 입 좀 다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조 전 장관 공소장에 적용된 12개 혐의 중엔 아들의 대학 시험을 대신 친 혐의가 포함됐다.

청와대는 검찰의 조 전 장관 불구속 기소에 대해 "더 이상 언론플리에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31일 조 전 장관 기소 직후 서면 브리핑을 내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하다. 수사의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라며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도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