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반 멈칫 보수통합 논의, '패스트트랙 대전' 완패에 속도전
황교안, 통합추진위 출범 제안…유승민 "대화 문 열려있다"
黃 '큰 통합' 구상 제시…劉 '늦어도 2월 초까지' 시한 제시

경자년(庚子年) 새해 첫날인 1일 보수통합 논의가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보수 정당 및 단체가 이날 일제히 보수통합을 위한 대화를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통합은 정의고, 분열은 불의"라며 보수 대통합 실현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을 제안했다.

오는 5일 공식 창당하는 새로운보수당의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4·15 총선을 앞둔 중도보수 세력의 규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화의 문은 늘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런가 하면 보수진영 인사들이 주축이 된 재야 시민단체인 국민통합연대는 전날 보수 대통합 논의를 위한 보수진영 정당 및 단체의 대표자 연석회의 구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황 대표의 '보수통합기구' 구성 제안으로 점화됐다가 보수진영 내 신경전 및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사그라드는 듯했던 보수통합 논의가 한 달 반 만에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보수진영은 지난해 말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수적 열세를 절감했다.

즉 '패스트트랙 대전' 완패가 보수통합론의 불씨를 지핀 모양새다.

보수세력의 분열은 내년 총선에서 필패, 나아가 '제2의 패스트트랙 완패'로 연결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렸다.

"하나 된 힘으로 저들의 거대한 음모를 분쇄하고 정의를 회복할 무기를 담금질하겠다"(황교안 대표), "국회 안에서는 숫자의 힘이 작용한다"(유승민 위원장) 등의 발언이 이를 반영한다.

여기에 4·15 총선까지 불과 100여일을 남겨놓은 만큼 보수통합 논의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다.

새해 첫날 불붙은 '보수통합론'…'물밑대화→공식논의' 시동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 전체가 '통합의 절박감'에 공감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물밑대화로 교감했다면 이제는 논의 자체를 공식화하는 셈이다.

당장 한국당은 대화의 불씨를 살려 나가기 위해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황 대표가 "상대방이 불편해해 말을 못한다"며 통합 논의 진행 상황에 대해 언급을 자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11월 수면 위로 부상했던 보수통합 논의가 '한국당이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공개한다'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의 강력한 문제 제기와 함께 제동이 걸린 점을 의식한 것이다.

다만 신호탄이 일단 쏘아 올려지면 통합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당장 한국당은 '1월 중'으로, 새로운보수당은 '2월 초'로 시간표를 제시한 상태다.

황 대표는 "이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1월까지 (보수통합을) 하려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고, 유 위원장은 "아무리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중도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그동안에도 보수통합을 위한 물밑 대화가 이어져 왔다는 게 한국당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한두 달 논의해왔다"고 소개했다.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는 바른정당계는 물론 안철수계 역시 대화 상대였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보수통합 논의가 공식화하더라도 실제 총선을 앞두고 '보수 빅텐트'가 출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수통합의 밑그림과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 보수 정당별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당은 '큰 통합'을 제시한 상태다.

'반(反) 문재인 정권' 깃발 아래 보수 정당과 단체들이 한데 모이는 형태다.

황 대표는 "특정 정당이나 단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며 "방향을 정하는 것보다는 통합추진체를 만들어 필요한 부분은 양보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가급적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기득권 내려놓기'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당뿐 아니라 보수통합 논의에 참여하는 정치세력이 기존 입장이나 요구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로운보수당 역시 '큰 통합'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헌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 짓자'는 보수재건 3원칙은 고수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저는 보수재건 3원칙을 일찌감치 여러 번 말했다"며 대화를 위해서는 이 같은 3원칙에 한국당이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해 첫날 불붙은 '보수통합론'…'물밑대화→공식논의' 시동

여기에 국민통합연대에 속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함께 사실상 황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기를 요구, 통합 논의 과정에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또한 군소정당에 유리하도록 바뀐 선거법에 따라 새로운보수당이나 안철수계 의원들이 굳이 보수 대통합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셈법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이 위성정당인 비례정당을 만든다면 각 당의 밀고 당기기 고차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황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모든 정치세력들이 함께하기 위해 논의하다 보면 세부조건이 생길 수 있다"며 "협의가 잘되면 같이 하게 될 것이고, 동의하기 어려운 세력이 있다면 같이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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