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화 여지에 트럼프 직접 비난 없어…트럼프도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
北도발수위 따라 정세 갈릴 듯…ICBM 도발시 2017년 일촉즉발 상황 재현 우려
SLBM·위성 등으로 도발수위 조절하고 중·러와 연대 다지며 장기전 돌입 가능성
김정은, '충격 행동' 예고에도…北美 모두 '판 깨지말자' 분위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충격적 실제행동'에 나서겠다며 새로운 전략무기의 도발을 예고하면서 새해 한반도 정세는 한층 험악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자제한 채 미국과 대화의 문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노골적인 비판보다는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해 양측 모두 협상 판이 깨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도발을 감행하며 미국을 압박, 제재완화 등 양보를 끌어내려 하는 한편 대내로는 자력갱생, 대외로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연대를 다지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곧 머지않아 새 전략무기 목격할 것…미국, 시간끌지 마라" / 연합뉴스 (Yonhapnews)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선제적 비핵화 조치로 진행해 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 결정을 폐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미국이 자신들의 선제조치에 부응하지 않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계속하고 추가 제재를 하면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계속 전개하는 데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화 재개 노력에 대해서도 "시간벌이"라고 폄하하고 "날강도 이중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명시적으로 '미국과 협상 중단'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거나,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등의 발언에선 미국의 대응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영문 조선중앙통신에는 "상향조정"이 "적절히 조정"(Properly coordinated)으로 표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데 섣불리 대화에 나서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라며 제재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고, "조미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1일 평가자료에서 "당의 영도력 강화 및 간부들의 역할 제고를 강조하며 제재 장기화 대비를 위해 인민들의 희생과 정면돌파 의지를 호소했다"고 분석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도 미국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을 다시 미국 쪽에 넘겨놓고 양보를 기다리며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충격 행동' 예고에도…北美 모두 '판 깨지말자' 분위기

당장의 한반도 정세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 예고한 '새 전략무기'의 종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은 새로운 종류의 ICBM 발사다.

미국은 자신들의 본토에 닿을 수 있는 ICBM 발사를 레드라인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한다면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새로운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한편 군사적 대응 카드도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선이 최대 관심사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를 자신의 외교 업적을 망가뜨리는 행동으로 여겨 2017년의 '화염과 분노' 때처럼 강하게 맞받아칠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북한이 선택한 자력자강의 강력한 뒷배인 중국의 지원도 더는 기대할 수 없고 미국이 양보할 여지도 완전히 차단하는 셈이어서 북한이 이런 강수를 둘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북한의 전략무기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나 정찰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 발사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에도 미국은 강하게 반발하겠지만, 대화 테이블을 완전히 접을 정도는 아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향후 핵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배포한 분석자료에서 "북한은 향후 몸값을 올린 상황에서 대미협상을 비핵화보다는 핵군축 패러다임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충격 행동' 예고에도…北美 모두 '판 깨지말자' 분위기

일단 미국도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은 삼가며 도발 자제를 당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취재진이 김 위원장의 발언에 관해 묻자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그는 비핵화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며 비핵화가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합의문의 '넘버 원' 문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a man of his word)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을 에둘러 당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김 위원장이 '전략무기 도발'을 예고한 데 대해 "다른 경로를 택하길 바란다"면서 "우리는 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하길, 그리고 그가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에서 북한이 '새 전략무기' 공개를 경고한 것과 관련해 "이를 행동으로 옮길 경우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김정은 위원장 발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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