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분석…"핵억제력·자력갱생 천명, 美대응 따라 강도 조절 가능성"
'대남메시지 생략'에 평가 분분…"민간교류는 풀 가능성" 전망도
"北, 대북제재 정면돌파 시사…레드라인 쉽게 넘지 않을 듯"
대북 전문가들은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중단 폐기를 시사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에 대해 대북제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평가하며 북미 강 대 강 대치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핵무력 강화' 등의 노골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핵·ICBM 모라토리엄' 폐기와 관련해서도 모호성을 남겨둔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미 메시지를 신중하게 조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일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자력갱생'과 '핵억제력 강화'로 요약하며 "(김정은 체제의 향후 대미) 투쟁방향은 정면돌파다.

선 체제보장-후 비핵화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대응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과 제재에 순응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예고해온 '새로운 길'은 "강력한 핵억제력의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이 북핵 협상에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작년 4월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ICBM 발사중단 조치에 대해 "더는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이번 당전원회의 보고에 대해 "현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면돌파전을 벌릴데 대한 혁명적 노선을 천명했다"며 새로운 전략적 노선의 의미를 부각했다.
"北, 대북제재 정면돌파 시사…레드라인 쉽게 넘지 않을 듯"
북한의 이번 대미 메시지는 예상보다는 수위가 낮았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듯한 표현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노골적인 '핵무기' 대신 '전략무기'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 핵·ICBM 모라토리엄 폐기와 관련해 모호한 용어가 동원된 점 등을 짚으면서 "미국과의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겠다.

그럼에도 압박은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북미 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연말 정세 속에서 "핵무기 대량생산" 등의 초고강도 대응방안 등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수위 조절은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이른바 '레드라인' 폐기가 곧바로 전략도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협상의 여지는 남겨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고,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핵화 협상에 대한) 공을 넘겼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번 당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 노선'을 제시하며 경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거론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자력부강', '자력번영'을 기치로 전면적인 경제개발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문제에서 그야말로 버틸 수밖에 없다"며 이례적으로 나흘간 이어진 이번 전원회의의 주목적 역시 '다시 고난의 행군 시대로 들어가니 힘을 모아 버텨보자'는 대내 메시지 발신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北, 대북제재 정면돌파 시사…레드라인 쉽게 넘지 않을 듯"
조 연구위원은 "올해는 북한이 추진해온 5개년 경제발전 전략의 마지막 해인데 (대북제재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 같다"며 "북한은 이번에 자력부강, 자력번영을 이야기했지만 어려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아직 대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남 불신감이 반영된 것", "한국의 민감한 정치상황 등을 고려한 신중행보"라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올해에도 남북관계에서 정부 당국 간 대화는 북미대화와 연관이 있어 쉽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 대신 민간교류는 다시 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연합뉴스